마음이 아파하는 신호중 하나
마음이 아파하는 신호중 하나
  • 박종영<청주의료원 제6정신과장>
  • 승인 2016.12.11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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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
▲ 박종영

뉴스를 보다 보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일을 그르치는 분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분노 조절의 어려움의 원인을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반복된 마음의 상처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몸에 입은 상처와 같은 반응이 일어납니다. 몸의 상처가 얕으면 금방 아물 듯이 마음의 상처도 사소하면 금방 회복됩니다.

하지만 몸의 상처가 깊고, 또 그런 상처가 반복되면 저절로 치료되지 않고 덧나고 상처가 더 심해지듯이 마음의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스스로 회복되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낫지 않은 몸의 상처에 갑자기 소금물이 닿는다면 어떨까요? 엄청나게 고통스럽겠지요. 그리고 소금물 같은 자극 물질에 닿지 않게 조심하거나 상처가 치료되도록 도움을 구하거나 무엇인가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입니다. 치료되지 않고 덧나고 있는 마음의 상처에 그것을 자극하는 요인이 있다면 마음이 엄청나게 아프겠지요. 마음이 아파하는 신호 중의 하나가 바로 분노 폭발입니다.

분노폭발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자극 요인을 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몸의 상처와 달리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알아차릴 수 없어 고통의 원인을 외부 자극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너 때문이야. 화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어.'라고 합니다.

심지어 거실을 걷다가 아령에 발이 걸렸는데 화를 주체할 수 없어 그 화의 이유가 아령이라고 생각하여 아령을 걷어차다가 발목이 골절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EBS에서 `부부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어린 두 아들이 있고, 남편은 트럭기사로 1주일에 한 번씩만 집에 오는 힘든 상황인데, 여자 분은 화가 나면 아이들을 심하게 때리고 남편에게도 분노폭발을 합니다.

남편이 부인의 비위를 아무리 맞추려고 노력하여도 부인의 분노폭발은 멈출 기미가 안 보입니다. 치료의 방향으로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지만, 가장 주된 치료 전략은 부인에게 있는 마음의 상처를 부인 자신도 그리고 남편도 이해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인은 이혼한 어머니에게 양육되었고 어릴 때부터 `너 같은 것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라는 말을 수차례 들었다고 합니다. 어린 아이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요? 남편이 부인 비위를 맞추어 온갖 노력을 해도 되지 않던 것이, 부인의 상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주자 부인은 조금씩 변화되었습니다.

한가로울 때 조용히 혼자 앉아 내 몸 구석구석의 상처를 찾아보듯이 내 마음의 상처를 한번 찾아보세요. 기억이 나기 시작한 가장 어린 시절부터 지금 까지요.

떠올리기도 싫고 도망가고 싶기만 한 바로 그 기억이 마음의 상처가 생겼던 그 시점입니다. 용기를 내어 조금씩 더 기억을 떠올려 “그때 그것은 내 잘못이 아니야. 지금은 그런 일이 없잖아. 힘들었겠구나. 얼마나 아팠니. 힘들었지만 잘 견뎌 왔잖아” 하며 상처받은 내면의 아이를 위로해주세요.

조금 어렵다면 저와 같은 마음의 전문가를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마음의 상처를 찾는데도, 그러한 상처를 위로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분노는 내 앞의 소중한 사람을 해치고 또 결국 자신 스스로도 힘들어집니다. 몸이 조금만 아파도 예민하게 신경을 쓰듯이 마음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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