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 탄생의 숨은 주역 신규식 선생
대한민국 임시정부 탄생의 숨은 주역 신규식 선생
  • 김명철<청주 서경중 교감>
  • 승인 2016.12.0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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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 김명철

상하이 만국공원에 쓸쓸하게 잠들어 계시던 신규식 선생의 유해가 1993년 8월5일 임정 요인 5분과 함께 그리운 고국으로 돌아와 현재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다.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탄생의 숨은 주역이며, 일제 강점기 중국에 임시정부 수립과 독립운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1등 공신이 바로 신규식 선생이다.

선생은 1879년 1월 13일 청주시 가덕면 인차리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하여 신채호, 신백우와 함께`산동삼재'라고 불렸다. 17세 때 나라와 민족을 위한 인물이 되겠다는 뜻을 세우고 상경해 관립학교와 육군무관학교에서 수학한 수재였다. 선생은 개인의 성공과 출세보다는 기울어가는 국권 회복을 위한 민족운동에 헌신한 인물이다.

1905년 을사늑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지방군대인 진위대와 연결하여 대일항전을 계획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당시 청년 장교였던 신규식은 서울 시내 솟을대문들을 골라 몽둥이로 후려치며 미친 듯 “을사오적들은 나오너라!”고 소리 질렀다고 한다. 을사오적을 때려죽일 듯 소리치며 다녔지만 역부족이었고, 한계를 절감한 신규식은 이후 단식 순국의 결단을 하였다. “죽음은 거름의 역할을 하는 것. 내 한 몸 거름이 되어 무수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말을 남기고, 신규식은 독약을 마셨으나 가족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구해내서 목숨을 끊지도 못했다. 그러나 독한 약 때문에 오른쪽 눈의 시신경을 다쳐 애꾸가 되고 말았다. 애꾸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본 신규식은 냉소를 지었다. “애꾸? 그렇다. 이 애꾸눈으로 왜놈들을 흘겨보기로 하자. 어찌 나 한 사람만의 상처이겠는가. 우리 민족 비극의 상징이다.” 이때부터 신규식 선생은 자신의 호를 `예관( -흘겨볼 예, 觀-볼 관)'이라했다.

선생은 고향 청주에서 단재와 함께 문동학원을 설립하여 교육을 통한 구국민족운동을 했다. 그러나 1910년 일제에 의해 나라가 망하고 더는 독립운동이 힘들어지자 1911년 상하이로 망명한 이후 운명할 때까지 12년여 동안 우리나라 독립 운동사에 위대한 업적들을 많이 남겼다. 선생의 독립운동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업적은 3·1운동과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의 주춧돌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선생은 정부 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국내와 일본에 동지들을 보내 2·8 독립선언이 일어나도록 했다. 그 후 3·1운동이 전국에서 일어났으며 선생의 노력으로 상하이 프랑스 조계 내에 독립임시사무소가 개설되었다. 마침내 선생의 노력으로 4월 13일 상하이에 역사적인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고, 5월에는 중국 광동정부로부터 국가승인도 얻어내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중국 국민당 정부의 엄청난 지원과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도 신규식 선생의 노력과 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정부수립 후 고질적 파벌의식과 독립투쟁 방법론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임정은 혼란에 빠졌다. 병석에 누운 선생은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한국인들이 단합되지 않는 것을 통탄하면서 25일 동안 3불 투쟁을 계속했다. 불식, 불언, 불약을 통해 임시정부의 단합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생의 노력에도 임정의 분열은 계속되었고, 1922년 9월 25일. 선생은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선생의 저서 `한국혼'은 이렇게 시작된다. `마음이 죽어버린 것보다 더 큰 슬픔이 없고, 망국의 원인은 이 마음이 죽은 탓이다.…우리의 마음이 곧 대한의 혼이다. 다 함께 대한의 혼을 보배로 여겨 소멸하지 않게 하여 먼저 각자 자기의 마음을 구해 죽지 않도록 할 것이다.'

임정의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신 신규식 선생이 간절한 요즘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이 `대한의 혼'이 소멸하지 않게 나라와 백성을 위해 정성을 다하고, 사명을 다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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