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장 선거 무관심 vs 과열
총학생회장 선거 무관심 vs 과열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6.12.06 20: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총학생회장 선거가 시작되면 대학 캠퍼스는 선거 열풍에 휩싸인다.

같은 학과 선배가 입후보라도 하면 `의리'라는 이름으로 유세 현장에 얼굴을 내밀기도 하고, 홍보물 제작에 힘을 보태기 위해 밤을 새우기도 했다. 당선되면 좋고, 떨어져도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미련은 두지 않았다. 어차피 선의의 경쟁자였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학생을 위해 봉사할 것이라고 믿었으니 가능했던 일이다.

요즘은 어떤가?

취업을 이유로, 스펙을 쌓느라, 아르바이트하느라 총학생회 선거 자체가 대학생들의 관심 밖의 일이 됐다.

올해 치러진 충북지역 총학생회 선거는 대학마다 다르지만 입후보자 없어 몇 년 째 총학생회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이 있는 가하면 과열 양상으로 법정다툼까지 벌이는 대학도 있다. 입후보자가 넘쳐도, 아예 없어도 걱정이다.

한국교원대는 올해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입후보자가 나오지 않았다. 후보 등록 기간까지 연장했지만, 출마자가 없어 내년 3월 초 보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보궐선거에서도 입후보자가 안 나오면 지난해처럼 비상대책위원회로 학생회 활동을 대체해야 한다.

다른 대학과 달리 교원대는 입후보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렵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총학생회장 입후보자가 없어 투표함을 설치하지 못했다. 다행히 2014년엔 단독출마한 후보가 나타나 총학생회가 가동됐다. 그러나 지난해엔 단독출마해 당선된 총학생회장이 임기 도중 그만두면서 올해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됐는데 내년에도 총학생회장 얼굴을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임용고사를 봐야 하는 학생들에게 학생회 활동은 사치스런 일일 수 있다. 졸업자의 절반 가까이 취업을 못하는 현실에서 출마를 권하기도 쉽지 않다.

충청대는 후보 등록을 연장한 결과 한 팀이 출마했고, 청주교대나 충북보건과학대, 충북대는 단독 출마자로 겨우 총학생회를 운영하게 됐다.

이들 대학과 달리 청주대는 3팀이 출마했지만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법정 다툼이 불가피하게 됐다.

선거 전부터 대학 안팎에서 모 후보는 배후에 학교가 있다느니, 동문회가 있다느니 소문이 난무했다. 개표 과정에서 중앙선관위는 일부 단과대학에서 투표 인원보다 투표함의 용지가 많아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며 선거 무효를 선언했고, 내년 3월 보궐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최다 득표자는 당선 취소를 수용할 수 없다며 중앙선관위 일부 위원을 검찰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앞으로 민사소송을 통해 선거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선거 기간 지출한 비용에 대한 손해배상과 정신적 피해 보상 청구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 중앙선관위도 학생자치 활동의 명예와 공정한 선거를 기만했다며 맞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총학생회장 선거가 고소전으로 번지면서 청주대를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이런 시국에 정치인도 아닌 대학생들이 법적 다툼만은 피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다. 재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후보자가 없는 대학이나 과열 양상으로 법적 분쟁의 모습을 연출하는 대학. 둘 다 지성의 상아탑에서 우리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대학에서 낭만을 찾고, 캠퍼스에서 인생의 스승을 찾지 못하게 만든 기성세대의 잘못은 없는지 반성하게 되는 요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