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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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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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과잉결핍'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정해년 돼지해가 밝았다. 새해가 올무렵에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새해의 한 두 가지 다짐을 하고 새해 해돋이를 보면서 그 실천의 굳은 결심을 해봤다. 지난해의 결심이었던 '담배를 끊자'는 결심이 채 3일도 못간걸 생각하면서 올해는 차마 그 결심은 하지 않았다. 다만, 진짜 설날이 되면 그때가서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 보지'라며 유보했다. 해돋이를 같이 본 일곱 살 난 아들에게 무슨 소망을 빌었나 하니 그 녀석은 '아이스크림 많이 먹기 대회에서 1등하는 것'이란다.

보통사람들은 새해 소망으로 '가족의 건강, 돈 많이 버는 것, 취직하는 것'과 같은 개인적인 소박한 바램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정치하시는 분이나 유명하신 사회적 관계속에 있으신 분들은 '분열과 대립을 넘어 화합과 통합', 혹은 '대선국면에 따라 이념적 대립을 넘은 사회통합'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어찌되었든 좋은 말씀이시다. 그런데 이런 말씀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보면, 우리사회에 꽤 많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고 특히 이념갈등 즉 '좌파와 우파'간의 이념갈등이 크게 존재했는가 보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드러난 '좌파와 우파'간의 이념갈등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는데, 그 실체가 없다는 의구심이 막 밀려든다. 도대체 좌파는 누구이며, 우파는 누구인지조차도 불투명 하다. 정치공간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하루가 멀다하고 이전투구를 펼쳐온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그들이 과연 이념적 구분에 의한 다툼이었다는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정말로 눈꼽만큼도 말이다. 적어도 좌파와 우파간의 구분점이 될 수 있는 경제정책에서는 철저히 '신자유주의 대연정'이었고, 전쟁의 문제와 관련된 이라크파병같은 문제에서는 철저한 '친미대연정'이었다. 좌파우 우파간의 갈등이라면 표면적으론 '성장우선 정책이냐! 강력한 분배정책이냐'같은 논쟁이나, '한·미FTA에 대한 찬반' 논쟁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런 갈등은 전혀 없이 초록은 결국 동색에 불과했다. 80년대 독재에 맞서 젊은 시절을 보냈던 386세대를 흔히들 이념과잉의 세대라고들 지적한다. 그 세대는 강력한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화의 길을 찾던 시절속에서 그들이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그 대안을 찾던 시절이었다. 바로 그 연장선이 사회주의와 관련된 이념의 과잉으로 표현된 것이다. 지금, 그 세대들은 한결같이 '이념의 시대는 갔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정말로 속생각도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우리시대에는 '이념의 과잉'이라는 유령이 판치고 있다. 아이러니다. 그러나, 진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이념의 결핍'이라는 역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조중동'(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갈등 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의 갈등과 대립속에 은폐된 '이념대립의 결핍'이 '부드러운 자본의 무한 독재'를 불러왔다고 홍세화 선생은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하나 더 지적했다. 노동운동이나 시민사회운동에 공히 80년대를 이념과잉이라고 하면서 자본의 독재가 견고해진 지금 자본주의에 대해서 사회구성원들이 너무나 무지하다고. 그리고 그 대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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