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살인마
예비 살인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12.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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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사람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딱한 경우도 있다.

흔히 보는 사례가 대리 운전으로 이동 후 자신이 주차하다가 적발된 사람들이다. 대리 운전을 하고 집 앞에까지 왔는데 대리 기사가 차를 제대로 주차해주지않고 자리를 떠났다.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다가 재수 없게 다른 차를 들이받은 상황. 상대 차 소유주의 신고로 졸지에 음주 운전 현행범이 되는 경우다.

위급 상황에서 부득이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될 수도 있다. 지난 1월 강원도의 한 지자체 공무원은 밤 10시까지 술을 먹고 집에 와서 잠이 들었다. 5시간 후에 아내가 복통을 호소하자 약을 사러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가 단속에 적발돼 직권 면직됐다. 이후 이 공무원은 소속 지자체의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며 불복해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상가에서 술 심부름을 하다 적발된 일도 있다. 몇 년 전 경북 지방 산골에서 있었던 일인데 새벽에 상가에서 술이 동이 나자 상주의 아내가 상복을 입고 10㎣ 거리의 읍내로 차를 몰고 나가다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바닷가 휴양지에서 이른 아침 음주 운전 단속에 걸려 낭패를 본 사람들도 많다. 대천해수욕장이 대표적인 곳인데 전날 바닷가에서 신나게 술을 먹고 아침에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차를 몰고 나오다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고는 밤낮을 가리지 않기에 경찰이 음주 운전을 용인할 수는 없다.

요즘은 도심에서도 아침에 단속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출근 시간대에도 음주 측정기를 불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샐러리맨들이 주로 적발되는데 사기업 직원들은 물론 공무원들도 종종 걸린다. 문제는 적발된 후의 후유증이 엄청나게 크다는 점이다. 사내 규정이 엄격한 회사의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 공기업 직원이나 공무원은 졸지에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 올해 초 충남의 한 지자체 청사 앞 도로에서 경찰이 출근 시간에 음주 운전 단속을 했는데 공무원 수명이 적발된 적이 있었다. 그중에 승진 심사를 앞둔 한 명은 음주 운전으로 되레 한직으로 쫓겨나 버렸다. 음주 운전의 폐해는 당연히 심각하다. 자신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남의 가정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지난 2일 음주 운전·뺑소니 사고를 내 선수 생명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동승자에게 범행을 전가하고 도주한 탓에 팬들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누리꾼이 강정호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뒤 `예비 살인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영상을 보면 (당시) 차의 동선에 사람이 있었으면 사망사고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빠른 속도로 중앙선을 넘어 기둥을 충격한다. 횡단보도 기둥 앞에 사람이 있었다면 사망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던 상황이었다.

강정호는 물론이거니와 운전자들은 늘 새겨야 한다. 음주 운전을 하려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이 예비 살인마 대열에 합류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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