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옷
비단 옷
  • 김태봉<서원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 승인 2016.12.05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 김태봉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이 되면, 사람들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월 가는 것이 빠르게 느껴지고, 연말이 되면 부쩍 지나온 삶을 떠올리며 회한에 빠지곤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젊은 날을 헛되이 보낸 것을 가장 후회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당(唐)의 시인 두추랑(杜秋娘)도 젊은 시절을 헛되이 보낸 것을 후회한 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비단 옷(金縷衣)

勸君莫惜金縷衣 (권군막석금루의) 그대여 비단옷을 아끼지 말고
勸君惜取少年時 (권군석취소년시) 젊은 시절을 아끼오.
花開堪折直須折 (화개감절직수절) 꽃 피어 꺾을 만할 때 꺾어야지
莫待無花空折枝 (막대무화공절지) 꽃 지고 난 뒤 빈 가지 꺾으려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 물질적인 것을 좇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이나 정신적인 것은 등한시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젊은 시절에는 더욱 그러하다. 가정교육이나 학교 교육을 통해 이런저런 교훈을 배우지만,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가 얄궂게도 나이가 들어서야, 깨달음이 오곤 한다. 그래서 시인은 탄식한다. 젊은 시절이 소중한 것을 모르고, 비단 옷 같은 물질적인 것만을 좇은 자신의 모습이 한심했던 것이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에게 자기 같이 살지 말 것을 권하지만, 막상 젊은 시절을 지나는 사람들은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과거의 시인처럼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시인이 시간을 아껴 써서 글공부하라거나 하는 진부한 당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시인은 젊은 시절을 맘껏 즐기면서 보낼 것을 젊은이들에게 권고한다.

비단 옷 같은 값비싼 옷을 입고 자신을 뽐내는 것도 젊은 시절을 즐겁게 보내는 한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그러한 물질적인 것, 겉에 보이는 것에만 매달리는 데 있다.

물론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내야 하느냐에 대한 정답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물질과 겉치레만을 추구하며 보낸 젊은 시절이 누구한테나 후회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꽃이 생생하게 피어 있을 때 꽃가지를 꺾으라고 말이다. 꽃은 오래 피어 있지 않은 법이다.

사람이 늙어서 하는 후회 중에 가장 많은 것이 젊은 날을 헛되이 보냈다는 것이다. 아끼지 말고, 구속됨 없이 맘껏 즐기는 것이 젊은 날을 보내는 최선의 방법 아닐까?



/서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