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보다 마음에 관심 가지고 치료
몸 보다 마음에 관심 가지고 치료
  • 박종영<청주의료원 제6정신과장>
  • 승인 2016.12.0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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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화 증후군
▲ 박종영

몸이 어딘가 아파서 병원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온갖 검사를 해도 원인도 모르고 치료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이런 경우를 신경성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정신의학적 용어를 쓰면 신체화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는 심리적 갈등들이 마음의 치유능력의 용량을 넘어설 때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내과 의사들이 이야기하기를 개인 병원에 오는 환자의 80퍼센트는 내과적 문제이기보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한다.

50대 여자환자는 토할 것 같고 속이 불편하고 식사를 못해서 내과로 입원하였다.

혈액검사, 내시경검사 등등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없고 약을 처방해도 차도가 없다. 환자는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눈알이 돌아가고 어지럽고 쓰러질 것 같다고 신경과 전문의 협진으로 검사도 하고 약물치료도 하였지만, 특별한 원인도 없고, 증상이 지속한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고 해서 재활의학과에서 근전도 검사도 하고, 정형외과에서 영상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 마침내 정신과 의사인 나한테까지 의뢰가 왔다.

첫 면담에서 어디가 아픈지 이야기 들어보고, 누가 그렇게 XXX씨 마음을 애먹었어요? 물어보니 당황한 표정을 좀 지었지만, 두 번째 면담부터는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한날은 환자가 “여러 선생님이 나를 치료해준다고 이야기 들었는데, 주치의 선생님도 그렇고 얼굴 제대로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하고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체화 증후군이라는 것이 잘 치료되지가 않은데, 이것이 발병하는 심리적 기전이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이다. 마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마음이 아파요'해야 되는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몸이 아파요'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치료는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기'부터 해야 뭔가 진척이 있는데, 근본 원인이 마음에 관심 기울이기가 안 돼서 병이 난 것이라 쉽게 잘되지 않는다. 약화한 마음의 기능을 보조하여, 치료자가 병든 자아의 기능을 보조해주고 항우울제를 사용하여 통증 수용체의 민감도를 조절해주는 것이 도움된다.

환자 자신이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신과 의사에게 도움을 구한다면 신경성이라고 불리는 증상도 덜 할 것이고, 불필요한 반복 검사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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