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은 결행돼야 한다
탄핵은 결행돼야 한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6.12.04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권혁두 국장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게 될 한 주가 시작됐다. 야 3당은 오는 9일 대통령 탄핵을 위한 표결에 들어간다. 각자의 셈법에 빠져 갈팡질팡하던 야권이 압도적 여론에 밀려 뜻을 모았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 대통령 탄핵을 좌우할 키가 최악의 국난을 야기한 당사자인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수중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촛불을 든 국민, 여당, 야당, 대통령 가운데 현재 가장 여유로운 입장에 서 있는 쪽은 대통령이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했다. 대통령은 이를 수락만 하면 탄핵을 무산시키고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며 역전을 꾀할 수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7일까지 여유를 준 덕분에 지금은 보다 유리한 수를 궁리하고 있겠지만, 그 날까지 당론 수용 입장을 밝히기만 하면 내년 4월까지 합법적으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 4월 퇴진은 선언에 불과할 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도 있다. 일단 탄핵을 무력화할 카드를 확보한 대통령에게 촛불의 함성이 아무리 우렁찬들 절박하게 들릴 리 없다.

민심과 여론이 새누리당 30여 의원의 수중에서 재단되는 현실도 답답한 노릇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후보로 내 당선시킨 정당이다. 최순실 사태의 산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집권당으로써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정당의 일개 계파가 나라의 운명이 걸린 탄핵정국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있으니 이보다 우울한 코미디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에 새누리당에 호응을 할 것이다. 비박계에 탄핵 보이콧의 명분을 줄 것이고 표결은 야당과 무소속 의원들만이 치를 공산이 높다. 그렇더라도 탄핵은 진행돼야 한다. 그것이 국회가 여론에 답하는 유일한 길이다. 탄핵은 헌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이자 의무다. 대통령이 탄핵받을 행위를 했고, 다수 여론이 지지하는데도 국회가 탄핵에 나서지않는다면 명백한 직무유기요 헌법 홀대다. 탄핵이 부결될 경우 야기될 후유증을 우려하는 소리도 있다. 물론 책임론에 휩싸인 정치권은 급속도로 냉각돼 여야 대치가 최악으로 치닫을 것이다. 좌절한 촛불이 어디로 방향을 틀고 어떤 방식으로 분노를 표출할 지 감잡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에 면죄부만 주게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이미 국민들로부터 탄핵을 받은 상태다. 국민이 직접 주권을 행사하는 직접민주제 였다면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에서 쫓겨나 검찰에 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국회에 자신의 진퇴를 맡기겠다면서도 `법적 절차'를 강조했다. 법에 없는 하야는 하지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법적 절차는 탄핵과 개헌 뿐이다. 개헌을 한 대통령으로 명예롭게 은퇴하게 해달라는 참으로 염치없는 요구를 하고있는 것이다.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조차도 절차와 시기를 들어 내년 4월까지는 개헌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임기를 채우겠다는 말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제 3자에게 임의로 통치권을 맡겨 헌법을 유린한 당사자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를 앞세우는 것도 가당찮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하며 정국에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도 뻔뻔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법적 절차로서 남은 옵션은 탄핵이다. 부결을 부담스러워 할 계제가 아니다. 국민을 모독하는 지도자가 더 이상 출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탄핵은 결행돼야 한다. 이렇게 국정을 파탄내고도 탄핵 대상이 되지않은 대통령이 있어서는 안된다. 부결되더라도 한줌 친위세력에 의지해 법적 탄핵만큼은 모면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 천번만번 옳다. 헌법이 규정하고 유권자가 명령한 의무를 수행한 의원과 거부한 의원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일도 중요하다. 권리를 위임한 주인의 책무이기도 하다.

닉슨은 측근과 떨거지들이 야당 선거사무실에 도청장치를 달다 걸리자 거짓말을 일삼으며 노골적으로 수사를 방해해 놓고도 사임할 때까지 인정도 사과도 하지않았다. 사임 이틀전까지만 해도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이미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도 탄핵으로 기울어졌는데 말이다. 그는 자기 편이라고 믿었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방문해 탄핵 표결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서야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졌던 망상에서 깨어났다. 당시 공화당은 자당 대통령보다 국민의 뜻을 좇음으로써 국정공백과 혼란을 조기 종식시켰다. 국민보다 정략을 택한 새누리당, 특히 비박 의원들이 곱씹을 대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