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 하나
이웃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 하나
  • 최원근<서원구 건축과 가로정비팀장>
  • 승인 2016.12.0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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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최원근<서원구 건축과 가로정비팀장>

지나온 시간이 늘 그러하듯 새해를 시작하는 기운은 지나온 한해의 여러 색깔을 벗기고 마치 새로운 공연을 위해 거치는 무대 위 검은 장막처럼 싸늘한 회색빛 한가지로 또 다른 세상을 펼친다.

올해도 유달리 매섭던 동장군이 여전히 그늘진 골목 가에 머물며 맴돌던 시기인 3월초 오후 시간대 출장을 다녀오고 사무실에 들어와 보니 갑작스런 화분 하나가 배달되어 있었다.

화분 리본에는 “수고 덕분에 동네가 밝아졌습니다”라고 수영로 00번길 민원인으로 밝히고 불법적치물 단속부서인 서원구 건축과 가로정비팀으로 보내온 화분에는 분홍색 난꽃이 활짝 피어 감사함의 표시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갑작스레 당황한 우리는 화분을 보내 준 사연을 알아본 결과 주택가 골목길에 양보없는 주차구역을 선점하기 위해 무질서하게 내놓여진 폐타이어, 라바콘 등 주차장애물을 정리해 깨끗해진 골목길로 온 동네가 밝아졌다며`아이러브 서원 시민운동'에 애쓰는 공무원에게 고마움을 전해준 것이다.

최근 민원인은 수영로 중 한 곳인 가게 앞에 세 겹으로 층층이 철사에 묶은 폐타이어를 내놓은 것을 보고 이웃이라는 말이 창피할 정도라며 철거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화분을 받는 것은 비록 김영란법이 제정된 이전이더라도 청렴을 준수해야 할 본분이기에 민원인께 마음만을 받겠다고 사정을 전해 주었지만 급구 거절하시기에 고민 끝에 여러 시민이 방문하는 곳인 민원실내 고객대기실에 놓아 드리기로 하고 재차 여쭤보자 본인께서도 좋아하셨다.

다른 단속부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늘 민원인과 그 민원을 고객처럼 해결하는 데서 서로 마찰이 생기는 게 다반사인데 민원을 냈던 분께서 이렇게 고맙다며 직접 꽃 화분을 보내주는 일은 단속부서에서는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시민을 위한 공직에는 좋은 자리, 나쁜 자리 그런 자리는 없다. 남이 알아주는 일, 남이 혐오하는 일 또한 그런 일은 없다. 공직에 주어진 업무는 모두가 시민에게 다가가고 더 가까인 나에게도 편의가 가는 일이다. 그러한 생각으로 일상 자기 맡은 바 일을 하다 보면 모든 일이 힘들어도 보람을 느끼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골목길은 차량보다는 자전거가 편의를 대신해 주었다. “따르릉” 소리를 들으면 친구들과 구술놀이나 딱지치기를 하던 와중에도 어느덧 자리를 피해 주고 지나가면 다시 앉아서 신나게 놀았던 골목공간은 늘 우리가 놀고 뛰어다니던 그런 보금자리였던 곳이다.

그런 골목길이 이제는 차량보유 증가로 주차경쟁을 위해 몸살을 앓고 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 간에는 어느덧 불화가 생기고, 더군다나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타이어나 페인트통 등 보기에도 흉악하지만 심지어 남이 가져가지 못하게 도로에 쇠사슬로 묶어 놓는 행위들. 정말 남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현장도 보게 된다.

이런 골목길 문화를 살려보기 위해 서원구에서는 서원사랑운동 목적으로 `행복한 골목길'만들기 시민의식 개혁운동을 펼치고 있다. 비록 하루아침 달라질 순 없겠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 하지 않았는가.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해 나가면 늦지 않았다. 우리가 그러했듯이 우리 후손들이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골목길 문화를 되찾아 주기 위해서라도 꼭 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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