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꼼수정치의 진수
점입가경, 꼼수정치의 진수
  • 임성재<칼럼리스트>
  • 승인 2016.12.0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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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칼럼리스트>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발표가 있었다. 190만 명의 국민이 나선 역사상 최대의 촛불집회가 끝난 직후라 1, 2차 담화보다는 뭔가 다른 내용이 나올 것을 기대했으나 그 응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전보다 한결 여유 있는 자세와 표정으로 `단 한 순간도 사익을 추구하거나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고', 잘못이라고는 오로지 `주변 관리를 잘못한 것'밖에 없으며 국민이 요구하는 하야나 퇴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며 공을 국회로 미루는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대통령의 담화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참으로 점입가경이다.

소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신이 저지른 국기문란 사태를 두고 어떻게 저런 담화를 발표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이건 대 국민담화가 아니라 치밀한 각본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새누리당 내 비박계 의원들에게 보내는 회유의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3차 담화발표 이후 새누리당은 발 빠르게 움직였고, 12월 1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내년 4월 대통령 퇴진과 6월 대통령선거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결국 대통령 탄핵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비박계를 흔들어 탄핵을 피하면서 시간을 벌어보자는 꼼수였다. 그러면서 개헌논의를 앞세워 야권분열을 유도하고, 보수층을 결집시켜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벌써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는 내년 4월 퇴진을 대통령이 받아들이면 탄핵은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의 당론을 수용해서 4월 퇴진, 6월 대통령선거를 선언하면서 비박계가 당론으로 결집한다면 사실상 탄핵은 불가능해진다. 3차 담화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당장 탄핵을 진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70%를 넘는데도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선택이 되는 것이다.

3차 담화에서 개헌논의에 불을 지피고 국회로 모든 결정을 미뤄 놓은 것은 박근혜식 정치적 술수다. 온갖 추악한 국정농단과 범죄행위가 검찰의 공소장에서 드러나고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대면조사를 받으라고 윽박지르는 상황인데도 3차 담화 동안 진정성 있는 사과는 한마디도 없이 변명과 거짓말로 일관한 대통령의 담화를 지켜본 국민은 기가 막혀 말을 잃었다. 만약 정치권이 개헌이나 대통령 퇴임시기의 조정, 잔여임기 보장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거나 또 다른 정치적 해법으로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일이 생긴다면 촛불민심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이제 대통령 탄핵 결정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비박계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충북지역의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들의 의사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주민 대다수가 대통령의 탄핵을 원하는데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다면 대의민주주의 정치에 나설 자격이 없다. 또 자치단체장들도 이 문제에서 무관할 수 없다. 지금까지 충북의 자치단체장들은 마치 이번 사태가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인 양 아무런 의지 표명이 없었다. 특히 새누리당 출신의 자치단체장들이 더 그렇다.

그러나 이제는 주민투표에 의해 당선된 사람들은 모두 나서야 한다. 도지사부터 기초의원까지 자신의 소신을 밝혀야 한다. 95퍼센트의 국민이 대통령을 불신하고, 190만명이 거리에서 부정을 척결하고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고 한마음으로 외치고 있는데, 그 민심을 외면한다면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도리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자들인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모든 악행과 악덕과 비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것은 이제 덮을 수도 없고 덮어서도 안 된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퇴진을 외쳐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여야합의 시점인 12월 9일까지는 일주일 남았다. 그 사이에 충북지역 선출직 공직자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와 소신을 밝히기를 바란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자, 민심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자는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자이다. 유권자의 심판은 현명하고 냉혹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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