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동안
3분 동안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11.30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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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최 정 례

3분 동안 못할 일이 뭐야
기습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지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한 나라를 이룰 수도 있지

그런데
이봐
먼지 낀 베란다에 널린
양말들, 바지와 잠바들
접힌 채 말라가는
수치와 망각들
뭐하는 거야

저것 봐
날아가는 돌
겨드랑이에서
재빨리 펼쳐드는 날개를
저 날개 접히기 전에
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지

도장을 찍고
악수를 청하고
한 나라를 이루어야지

비행기가 떨어지고
강물이 갇히기 전에
식탁 위에 모래가 켜로 앉기 전에
찬장 밑에 잠든 바퀴벌레도 깨워야지
서둘러 겨드랑이에
새파란 날개를 달아야지

# 생의 강렬함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시인의 말처럼 3분이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건물이 무너지고 나라도 세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운명의 시간은 어쩌면 저리 짧은 시간에 정해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항간에는 세월호 7시간이 눈덩이처럼 부풀어지고 있습니다. 3분도 이럴진대 7시간을 무엇으로 가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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