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렴치범보다 더 나쁜 7시간
파렴치범보다 더 나쁜 7시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11.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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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조직적인 범죄 집단. 엊그제 지상파 TV 방송 뉴스 앵커가 한 말이다. 그는 최순실이 기획한 `대기업 광고 강탈 사건'의 범행 배후에 박근혜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것을 밝히며 대통령까지 싸잡아 `범죄 집단'이라고 표현했다.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치욕적이고, 참아내기 어려운 수모가 아닐 수 없다.

이날 검찰이 밝힌 최순실 일당의 범죄 시나리오를 보면 `조직적'이란 표현을 써도 될 만큼 주도면밀하고 지능적이었다. 대통령은 이 범죄 집단의 실질적 주연이었다.

최순실은 `광고사 인수 작전'이 무위로 돌아가자 이번엔 직접 광고사를 차려서 대기업의 광고 물량을 독식하려고 했다. KT가 바로 먹잇감이 됐다.

최순실은 차씨를 내세워서 광고 기획사를 직접 차렸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바로 KT에 차은택의 측근이 광고 담당 임원으로 취업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다. KT 입장에서는 사실상의 `지시'였던 대통령의 청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이동수라는 홍보 전문가를 KT에 채용되도록 황창규 KT회장에게 연락하고 신혜성도 이동수와 호흡을 맞추도록 (채용) 했으면 좋겠다”며 지시를 했다.

이어 `AS'까지 책임졌다. 대통령은 이후에도 이들의 인사와 광고대행사(플레이그라운드) 선정까지 챙겼다.

올해 2월 안 전 수석에게 “이동수와 신혜성의 보직을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안 전 수석으로부터 `어명'을 전달받은 KT는 이씨를 광고 총괄 담당 본부장으로, 신씨는 이씨 바로 아래 직책으로 발령했다.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이 회사는 거칠 게 없었다. 창립한 지 1년도 안 된 회사는 KT가 규정까지 바꿔가며 광고 대행사로 지정해줬으며, 불과 5개월 만에 68억원의 일감을 수주해 5억원을 챙길 수 있었다. 황창규 KT회장은 검찰에서 (청와대의) 요구에 불응하면 세무조사나 인허가 상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청탁을 들어줬다고 진술했다.

방송사의 앵커는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끝말을 이렇게 맺었다. “잘 만든 범죄영화 같은 이들 이야기의 설계자는 최순실씨고 최씨의 믿음직한 오른팔과 왼팔이 박 대통령과 차은택씨였습니다”

범죄 집단의 일원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파렴치범'이 되어버린 대통령.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세월호 7시간' 때문이다. 어설픈 청와대의 해명(이것이 팩트입니다)은 되레 의혹만 더 키웠다.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400여명의 생명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 최고 책임자가 바로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금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관저에서 근무를 했다는 게 청와대 해명의 전부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아무도 대통령을 본 사람이 없을까.

대기업의 돈을 측근들이 갈취하도록 도와준 대통령과 무고한 국민이 죽어가는 것을 딴짓하느라고 모르고 방기한 대통령. 누가 더 나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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