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어떤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11.27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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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대한민국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들끓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매주 촛불집회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6일 광화문 촛불집회에는 사상 최대 인파인 150만여명이 참가해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몰려나왔다.

성난 민심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촛불은 더 거세지고 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헌법을 파괴하고, 한 달이 넘도록 국정이 마비되고 있음에도 대통령은 물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정치에 시민들의 분노는 횃불로 타올랐다. 어린아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사회 전 계층이 참여한 분노가 쓰나미처럼 청와대를 덮고 있지만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불 꺼진 청와대를 인간띠로 포위하고 하야를 외치는 시민의 목소리가 `구속하라'로 옮겨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개헌 논의를 촉발하긴했지만 정치현실의 현주소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려면 대통령을 선택하는 국민의 의식이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시민의식이 높은 대한민국에서 후진정치가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과 고민 없이는 후진정치의 고리를 끊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보에서는 창간기념으로 `어떤 대통령을 원하십니까'란 세대별 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20대부터 60대까지 5세대 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다소 세대별 차이는 있었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는 대통령', `소신껏 자신의 의지로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 `민생을 잘 살피는 대통령', `서민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대통령'을 원했다. 많은 국민이 원했던 대통령은 소통하고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이 원했던 대통령의 모습과 투표를 통해 선택된 박근혜 대통령을 비교해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소통과 민생이 아니라 불통과 자신만 챙긴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이상적 정치 지도자에 대한 국민적 선택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국민적 희망은 더 큰 좌절로 돌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의식이 높아졌음에도 희망하는 대통령과 선택한 대통령과의 현실적 괴리는 무엇일까. 단순히 이념의 헤게모니로 치부하기엔 우린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황상민 사회심리학자는 이런 현상에 대해 정책이 없는 이미지 정치와 대통령이 영웅이길 원하는 국민적 심리를 지적한 바 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은 대통령이 현실 문제를 다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투표권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즉 좋은 정책을 만들고 펼치는 대통령이 아니라 슈퍼맨 같은 영웅을 원하는 심리가 기저에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대통령이나 소통하는 대통령을 희망하는 생각 이면에 도사린 군중심리를 정확하게 꼬집었다고 본다. 5년 단임제 대통령으로는 세종대왕도 탄생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은 단지 우스갯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어떤 대통령을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한다면 그 결과는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어떤 대통령이 아니라 어떤 정책으로 정치할 인물인지를 가려내는 국민적 인식과 지혜가 좋은 대통령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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