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이 이기는 걸 본적 있는가
거짓이 이기는 걸 본적 있는가
  • 윤원진 기자
  • 승인 2016.11.27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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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윤원진 차장(충주주재)

대한민국이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촛불로 어둠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에 붙어 국정을 농단한 강남 아줌마의 행태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이라는 말을 유행시키며 국민들을 연일 자괴감에 빠뜨리고 있다.

그런데 충주에 있는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에도 최순실 못지 않은 비선실세로 불리는 이들이 있어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26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건국대 글로컬 중앙운영위원회 학생회 6000만원 몰래이용 책임을 묻는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평범한 학생이라고 밝힌 게시물 작성자는 지난 7월 학생들의 등록금 6000만원으로 필리핀 해외여행을 다녀 온 중운위를 비판하며 등록금 사용내역과 대상자 명단 공개를 촉구했다.

나아가 이 게시물은 등록금 전액 회수와 중운위 학생들의 간부직 전원 사퇴를 요구하며 8000학우들에게 서명운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과 24일에는 글로컬캠퍼스 일원에서 이색 시국선언과 장례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했다.

퍼포먼스를 준비한 학생들은 박근혜 정부의 잘못에 촛불로 항의하는 국민들처럼 일반학생들도 학교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같은 비난여론은 학생회 간부들로 구성된 중운위가 무려 4년 동안 2억4000만원이 넘는 등록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그동안 학교측은 일반 학생들에게는 여행 자체에 대해 전혀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학교측은 해외봉사활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납득할만한 근거나 여행 일정 등은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중운위는 자신들을 향한 시국선언이 열리기 1시간 전에 해외여행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시답잖은 변명으로 학생들의 비난여론에 기름만 부은 모양새다.

학생들이 요구한 여행 세부일정과 참석자 명단 공개에는 여행사의 영업기밀 상 공개할 수 없다는 해괴한 답변만 늘어놨을 뿐더러, 카지노까지 갔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학교 학생들은 이런 의혹이 풀리기도 전에 중운위에 몸 담았던 학생들이 총학생회 선거에 나서는 모습에서 학교가 지금의 청와대와 꼭 닮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학생들은 중운위가 이름 뿐인 대통령이고, 그 중운위를 뒤에서 조종하는 세력들을 비선실세에 비유했다.

이 학교 총학생회장 출신 교수와 직원들이 학교측의 대학구조조정에 유리한 입장을 점하기 위해 4년 전부터 학생회 간부들에게 해외여행 등 각종 특혜를 줬다는 소리가 파다하다. 올해 초 학생들의 손으로 당선된 총학생회장을 당선무효시킨 것도 이들의 합작품으로 알려졌다.

증거는 없지만 각종 정황은 합리적 의심을 하기에 충분하다는게 이번 사태를 보는 이들의 중론이다.

늦었지만,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학생들의 용기가 주목되는 이유다.

거짓이 진실을 이기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나서지 않으면 오래 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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