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과 사랑의 리더십
섬김과 사랑의 리더십
  • 송홍영 청주 상당 노인복지관장(신부)
  • 승인 2016.11.24 1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자의 목소리
▲ 송홍영 청주 상당 노인복지관장(신부)

갑작스레 추워진 초겨울 날씨 때문인지 이제 연말 분위기가 제법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직 한 장의 달력이 더 남아있긴 하지만, 가톨릭교회의 전례력은 27일부터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합니다. 지난 20일 전 세계 모든 성당은 연중시기 마지막 주일을 온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그리스도의 왕권을 기리는 `그리스도 왕 대축일'전례로 거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왕이라고 하면 한 나라를 다스리거나 통치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막강한 힘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이나 동물에 대해서도 은유적으로 왕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발라드의 황제, 트로트의 황제하면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듯이 말입니다. 사자나 호랑이를 밀림이나 숲 속의 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들이 그곳에서 가장 힘이 센 최상위의 포식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기념하는 그리스도의 왕권은 이 같은 일반적인 왕의 표상과는 사뭇 다릅니다. 세상은 최고의 권력이나 권위, 또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재능과 카리스마를 지닌 사람을 그 분야의 왕으로 여기지만, 그리스도의 왕권은 당신의 백성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 놓을 만큼 백성을 섬기고 사랑하는 모습의 왕권이기 때문입니다.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일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전례를 거행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2000년 전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이 같은 모습의 왕권이 보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권위를 내세우고, 권력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신을 낮추어 민심을 살피고 국민을 존중하고 섬기는 왕권이 실현됐었더라면….

국민이 섬김을 받고, 제자가 사랑받고, 직원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낀다면 대통령의 권위, 스승의 존경, 직장상사의 위신은 스스로 애써 찾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세워질 거라 생각합니다. 차가운 겨울 얼어붙은 길 한복판 위에 앉아 촛불을 밝히는 민심을 봐서라도, 앞으로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 여겨지는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섬김과 사랑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