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촛불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촛불을 들어야 한다
  • 임성재<시민기자·칼럼리스트>
  • 승인 2016.11.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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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영화라고 해도 너무 허무맹랑하여 고개를 저을 법한데 우리나라 정치 현실이 그렇다.

국정이 시정잡배들의 손에서 놀아나고, 법의 수호자가 되어야 할 대통령이 스스로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청와대는 아낙들의 수다 꽃이 만발한 여염집 규방으로 전락한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은 허탈하다.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흘린 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나라에서, 국민의 피땀으로 이뤄낸 세계 12번째 경제 대국이라는 나라에서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소수의 비선 실세들에 의해 국가체계가 이렇게 송두리째 파괴되는 것은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백만의 촛불이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 하야'를 부르짖건만 대통령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되묻는 지경이니 세계 언론들은 `샤머니즘 스캔들'이라 부르며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추운 바람을 맞으며 촛불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차가운 도로에 앉아 박근혜 퇴진을 외치다가도 문득문득 서글픈 생각이 든다.

국정 전 분야에 걸쳐 부정과 부패가 칡넝쿨처럼 얽혀 있고 심지어 국가 기밀까지도 비선실세들에게 농락당한 나라.

이게 진정 나라인가?

이런 것이 국가라면 세금을 내고 국민의 의무를 다하며 피땀으로 지켜낼 만한 가치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하루하루 새롭게 터져 나오는 그들의 만행에 기가 막혀 말을 잃을 지경이다. 국가란 국민에게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그런 점에서 기원전 4세기 조국 아테네의 멸망을 지켜보며 플라톤이 꿈꿨던 이상국가론은 오늘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플라톤은 그가 저술한 “국가(Politeia)”에서 `국가를 건설하는 목적은 한 집단을 특히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최대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국가의 수호자, 즉 통치자에 대해서도 규정하는데 그들은 나라의 법률과 관례를 수호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사회 공동체를 위해 꼭 필요한 것 이상의 개인재산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그들이 재산을 소유하기 시작하면 시민들의 협력자에서 적대적인 주인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또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벌은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역설했는데 2500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꿰뚫어 보는듯하여 경외감마저 든다.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고사하고 근대국가 체계가 시작된 이래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통령이 가세한 비선 실세들의 국정농단사태의 근본원인은 민주주의, 공공의 이익, 사회적 명예, 서로 돕는 상생 같은 가치는 뒤로한 채 경쟁사회를 지향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출세지상주의와 경제성장 위주의 국가정책에 있다.

농민과 노동자와 서민들이 피땀 흘러 이뤄낸 결실을 재벌과 국가권력이 독점하면서 형성해온 금권만능주의가 빚어낸 비극일 것이다.

이런 비극적인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국가의 목표를 바로 세워야 한다.

플라톤이 주창한 국가 전체를 행복하게 만드는 나라, 통치자의 도덕성이 완벽하게 구현되는 나라를 위해 촛불을 들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켜든 촛불은 잃어버린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찾는 염원의 빛이다. 모든 것이 망가지고 비뚤어진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라는 깨달음과 재다짐의 촛불이기도 하다.

온천하에 여실히 드러난 수치스러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민 낯을 목도하였기에 그 어떤 바람도 이 촛불을 쉽게 끌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나라를 맡기고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 앞선 이들이 피로 일구어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서 우리는 촛불을 들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나라가 될 때까지 이 겨울을 지나 또 다른 겨울을 맞을 때까지라도 우리가 더 높이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다.

* 이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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