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고(四重苦)
4중고(四重苦)
  • 박명식 기자
  • 승인 2016.11.24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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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박명식 부장(음성주재)

음성군 맹동면 농가 주변에는 밤·낮 쉴 틈 없이 흰색 방역복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음성군 공무원들이다.이들 음성군 공무원들은 요즘 4중고(五重苦 )에 시달리고 있다.

공무원들에게 연말은 지옥과도 같다. 할 일이 산더미로 쌓여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을 수립해야 하고, 각종 평가자료 제출에, 군의회 행정사무감사까지 받아야 한다.

그런데 꼭 이맘 때 쯤이면 반갑지 않은 손님이 꼭 찾아와 고통이 하나 더 늘어난다.

올해도 여지없이 AI가 발생해 음성군 공무원들은 잔뜩 쌓여있는 업무를 뒤로 한 채 AI 방역 활동에 투입됐다.

방역초소, 매몰지, 상황실, 예방업무 등에 투입돼 24시간 동안 풀가동되고 있다.

그나마 인원이 많은 부서 직원들은 3교대로 근무하면서 잠시 짬을 낼 시간이라도 있다.

하지만 인원이 적은 부서는 12시간 맞교대로 근무를 해야 한다.

12시간 방역 근무 후에는 쉴 틈도 없이 밀려있는 본인 고유의 업무를 또 챙겨야 한다.

당연 잠을 못자니 몸이 파김치가 안될래야 안될 수가 없다.

2년 전 AI 발생 때를 되돌아보면 그 당시 방역 근무와 본인 고유 업무를 병행하면서 과도한 피로 누적으로 병원에 실려 간 공무원이 한 둘이 아니다.

음성군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용역을 사서 인원을 대체하려 했지만 상급 기관인 정부의 국민안전처에서 용납하지 않았다. “무조건 공무원이 24시간 AI 발생 현장에 상주하라”는 엄명이 떨어져 죽더라도 공무원이 죽어야 한다.

가뜩이나 갑작스럽게 살 속을 파고드는 한파까지 몰려왔다.

4중고 감당도 버거운 공무원들은 추위까지 견뎌야 하는 시련을 맞고 있다. 공무원이 겪고 있는 4가지 고통 중 그들 고유 업무인 예산 수립, 각종 평가자료 제출, 행정사무감사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좋은 기회에 일자리 창출을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AI 방역근무 활동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에서도 얼마든지 충분히 할 수 일이 많다.

국가에서 예산을 지원해 민간 인력을 투입시킨다면 정부가 비중있게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실천되고, 공무원은 과도한 업무부담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될 수 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정책일 수 있겠지만 정부가 3년 내내 침이 마르도록 내세워 온 창조경제가 어쩌면 이런 작은 생각이 모이고 합쳐져 큰 정책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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