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숭이 임금님
벌거숭이 임금님
  • 반영호<시인>
  • 승인 2016.11.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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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반영호

두 명의 사기꾼이 허영심으로 가득 차 새 옷을 입고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황제를 찾아가 비단과 금으로 만든 옷을 만들어 바치겠다고 제안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들 사기꾼은 자신들의 사기 행각을 감추기 위해 교묘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자신들이 만드는 옷은 매우 섬세하기 때문에 어리석은 사람이나 현재의 지위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침내 옷이 완성되었고 황제는 옷을 입으려는데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황제는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면 자신의 어리석음과 현재의 지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황제 주변의 누구도 옷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현재 지위와 특권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신하들이 모두 새 옷이 매우 훌륭하다고 칭송하자 황제도 더는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지 않고 진정 훌륭한 새 옷을 입고 있다고 착각해, 벌거벗은 채 많은 백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진을 하게 된다. 이들의 눈에도 황제가 옷을 입지 않은 것이 명백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으로 간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황제의 새 옷을 칭송한다. 그런데 군중 속에 있던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가 갑자기 황제가 벌거벗었다고 지적하자 그때서야 꿈에서 깨어난 듯 모두가 이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그런데 황제는 백성들이 술렁거리자 반신반의하면서도 행진을 계속하였다.

이 이야기는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이 쓴 수많은 동화 가운데 널리 알려진 것으로 벌거숭이 임금님이다. 이 이야기의 원제는 `황제의 새 옷'(The Emperor`s New Clothes)인데 우리에게는 그리 소개되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막강한 권력을 소유한 황제의 새 옷에 대한 집착과 이로부터 비롯된 황당한 사건이다.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는 거짓이 어떻게 생겨나 점점 커지게 되고 그것이 사회의 지배적인 여론으로 자리 잡아가는지, 그 과정을 담담하게 폭로하면서 거짓이 횡행하는 세태를 풍자한다.

요즈음 대통령이 연루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전 국민이 느끼는 경악과 허탈 그리고 분노의 감정을 극복하고 다시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황당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가 전하는 메시지가 깊다.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전대미문의 황당한 사건. 지난주 토요일엔 서울 광화문뿐만 아니라 우리 청주에서도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촛불 시위를 하면서 진실 규명과 현직 대통령의 퇴임을 강력하게 요구하였다. 촛불 시위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지금의 촛불시위가 다른 점은 초등학생을 비롯해 중고등학생 다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강력하게 의사 표시를 했다.

이들이 바로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에서 임금님이 벌거숭이라고 외치는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에 해당한다. 대통령을 비롯해 측근에서 보좌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이 점을 진지하게 보아야 한다. 이들 어린 학생들이야말로 사심 없이 순수하게 민심을 전하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 권력형 비리를 묘사하는 용어로 게이트란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미국 대선을 둘러싸고 현직 대통령이면서 공화당 후보였던 리처드 닉슨 진영에서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던 민주당 선거운동 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가 발각된 사건부터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이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도청을 지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직위를 이용해 증거를 인멸하려 했고 위증을 했다는 이유로 탄핵 받을 위기에 직면했는데, 이를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타협으로 사임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은 엄정한 도덕적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각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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