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한 이성, 흔들림 없는 부동심
냉철한 이성, 흔들림 없는 부동심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6.11.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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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안개 정국으로 세상이 온통 뿌옇다. 문득, 주역의 64괘 가운데, 길괘 중의 길괘로 꼽히는 지천태(地天泰)괘 및 그 효사인 “무평불파(无平不陂) 무왕불복(无往不)”이 떠오른다.

지천태괘는 하늘이 있어야 할 자리에 땅이 있고, 땅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하늘이 위치해 있는 괘다. 하늘이 하늘만을 고집하지도, 땅이 땅만을 고집하지 않음으로써 하늘과 땅 즉, 음과 양이 온전하게 조화를 이룬 채, 수승화강(水昇火降)을 구현하고 있는 음양화평(陰陽和平) 및 중정무구(中正無垢)의 길(吉)한 괘(卦)다.

땅이 하늘에 자리해 있고, 하늘이 땅에 자리해 있다는 것은, 그 어떤 것도 고착화된 채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펄펄 살아서 숨 쉬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늘은 하늘만을 고집하며 스스로가 높다는 생각에 빠져 있지 않고, 땅은 땅만을 고집하며 스스로가 낮다는 생각에 매몰돼 있지 않은 까닭에, 그때그때 처한 상황 상황에 따라 가장 알맞은 자리에서 최적의 행위를 하면서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지천태괘의 핵심이다.

지천태괘의 효사인 “무평불파(无平不陂) 무왕불복(无往不)”은 `비탈 없는 평지 없고 돌아옴 없는 떠남은 없다'는 뜻이다. 비탈지지 않는 평지가 없듯이, 세상을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생각할 수도 없었고, 예상치 못했던 온갖 일들이 일어난다. 오르막이 있어야 내리막이 있고, 숨을 들이마신 뒤라야 내쉴 수 있고, 추운 겨울이 가야지만 따듯한 봄이 오듯이, 돌아옴 없는 떠남 또한 있을 수 없다.

음지가 양지 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정반합(正反合)의 과정을 수천수만 번 반복하면서 세상이 점진적으로 발전해 가는 것이 천지자연의 운행 법칙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세상을 온통 뒤 덮고 있는 뿌연 안개 정국 또한 당연히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안개가 걷히면 태양은 또다시 환하게 세상을 비출 것이 분명하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즉, 모든 일은 반드시 올바름으로 귀결되는 까닭이다.

밤이 점점 깊어져서 천지간에 암흑이 가득한 뒤에야 새벽은 밝아 오는 법이다. 어둠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는 물론이고 새벽이 보다 더 빨리 밝아 오기를 바라는 조금함 등을 다 털어 버림으로써 태산 같은 부동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냉철한 이성으로 어둠을 걷어내는 여명(黎明)의 대열에 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생각한 바를 서두름 없이 하나하나 실행에 옮길 뿐이다.

태산 같은 부동심으로 흔들림이 없이 불의에 맞서는 일 외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더 있다. 박근혜-최순실 등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 배설이나, 코미디 프로를 대하듯 작금의 정국을 단순 가십 거리로 전락시키는 경박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자신의 내면 깊숙이 똬리를 틀고 있는 권력, 재물, 명예 등에 대한 탐욕을 성찰하고 뿌리 뽑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 함께 잘 사는 정의롭고 청렴한 대한민국 건설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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