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된 은행나무
홀로된 은행나무
  • 최종석<괴산 목도고 교사>
  • 승인 2016.11.2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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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최종석

노란 은행잎이 교정에 수북이 쌓이며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바람 따라 떠도는 노란 잎은 왠지 친근하다. 비록 은행열매의 냄새 때문에 많은 학생이 피하지만 은행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질 때 아름답다. 장난꾸러기 학생이 카톡으로 예쁜 은행잎을 올렸다. 즐거운 일이다.

은행나무는 분류학적으로 은행나무문 하나이며 살아있는 화석식물이다. 일가친척이 하나 없는 식물이다. 고생대 말인 2억 50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되고 중생대 로라시아 대륙에서 번성하였다. 그런데 그 많던 은행나무들이 중국 양쯔강 하류 천복산 한 곳 외엔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스스로 자손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식물들은 여러 종으로 분화하였는데 그 오랜 세월 동안 홀로된 것이다.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열매를 만들어서 번식한다. 이 열매가 다른 동물이나 매개체에 의하여 이동하고 그곳에서 성장한다. 자생지가 한 곳이라는 것은 오랜 세월동안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이 소실된 것이다.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아마도 지구 상에서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 인간이 보호하지 않으면.

환경에 대하여 식물은 적응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종분화가 일어나면 자매 종이 생기고 생식기관 및 다른 기관들의 형태에 차이가 생긴다. 식물분류학자들은 그 차이를 연구하여 새로운 종으로 독립시킨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이러한 과정이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이제 전성기인 중생대를 지나서 점점 후행적 진화가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인위적인 번식이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즉 미래에는 더이상 은행나무는 없고 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하여야 할지 모르겠다.

비록 전 세계에서 자생지가 한 곳이지만 희망을 갖자. 아직 다른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미래에 환경변화가 생기면 점진적인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방충 및 병충해도 강한 식물인데….

올해도 은행나무 열매의 냄새 때문에 비난이 이어졌지만 홀로 된 은행나무는 가로수로써, 보호수로써 거리와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은행잎이 떨어져 겨울로 가는 길목을 만들었듯이 새로운 은행잎은 여름을 이끌 것이다.

은행잎을 밟고 지나가는 학생들의 발길이 가볍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고 홀로 된 은행나무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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