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파괴하는 넋 나간 정부
우리말 파괴하는 넋 나간 정부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11.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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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우리말과 우리글을 파괴하고 농단하는 넋 나간 대한민국정부를 고발한다.

상시모니터링시스템, 사전컨설팅감사. 워킹맘대디 지원프로그램, 챌린지운동, 매칭 네트워크, 청년취업성공패키지사업, 에너지바우처, 이노비즈, 농산품스마트소비아카데미, 레지던스 프로그램지원, 스토리창작클러스터, 사이버 스마트 뮤지엄 등 이런 국적불명의 어처구니 정책명들을 각 부처가 남발하고 있다.

한글보호의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조차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문화바우처, 트랜드, 그린닥터, 팸투어, 카테고리, 게스트하우스 같은 외래어를 쓰고 있으니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다.

도대체 왜 이러는가? 이러고도 대한민국 정체성 운운할 것인가?

한심하고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모두 국어기본법 위반이다.

현행 국어기본법 제14조는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20조는 `정부는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범국민적 한글사랑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매년 10월 9일을 한글날로 정하고 기념행사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국어와 한글을 쓰는데 정부가 솔선수범할 책무가 있음을 규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외래어 사용을 조장하고 묵인한 부·처·청의 수뇌들과 이를 입안하고 기안한 공무원은 국어기본법을 위반한 중죄인이다. 단죄함이 마땅하다.

중앙부처가 외래어를 쓰면 광역자치단체인 시·도는 물론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와 읍·면·동사무소도 앵무새처럼 따라 쓰게 되어 있다. 잘못된 줄 뻔히 알면서도 행정권과 돈줄을 중앙부처가 쥐고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정책 수혜자인 국민은 말해 무엇 하랴.

우리말도 우리글도 아닌 조잡하기 그지없는 불량용어이지만 모르면 바보취급 당하고 불이익 당하기 일쑤이니 기를 쓰고 아는 체하고 쓸 수밖에 없다.

모텔과 호텔에 밀려 여관과 여인숙이 자취를 감추고 있듯 정부나 지자체가 경쟁하듯 외래어를 남발하면 본래 있던 우리말과 우리글은 사장되거나 도태되고 만다.

이를 방치하면 우리말도 죽고 한글도 죽고 민족혼도 죽게 된다.

외래어종인 부르길과 베스가 토종어종를 잡아먹고 주인행세 하듯이 외래어가 우리말과 우리글을 잡아먹고 주인 행세하게 된다.

그러므로 정부와 환경단체가 부르길과 베스를 퇴치하듯 정부와 지자체와 국어원은 외래어 퇴치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야 도탄에 빠진 우리말과 우리글을 살릴 수 있다.

문명의 발달과 세계화의 조류는 우리말의 외연 확대를 부른다.

새로이 우리말을 급조하는 것보다 세계인들이 공통으로 쓰는 말을 우리말로 받아들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컴퓨터, 인터넷, 올림픽처럼. 하지만 좋은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외래어를 사용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

우리말과 우리글은 민족혼이고 넋이다. 930여 차례의 외침 속에서도, 일제 36년의 식민치하에서도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민족인데, 외래어 사대주의에 빠져 무비판적으로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어 선조들 뵙기조차 민망하다. 이를 막아야 할 정부가 그 모양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글은 문자의 우수성으로 살아남는데 한국어는 머잖아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단을 정부도 지자체도 국민도 심각하게 곱씹어봐야 할 때다.

지자체인 충북도가 실국에서 알게 모르게 쓰는 외래어 행정용어들을 전수조사하여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일과성으로 끝내지 말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좋은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말과 우리글이 시름을 앓고 있다. 정부의 대오각성과 빠른 처방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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