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업공무원 예찬
임업공무원 예찬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 승인 2016.11.16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문화평론가>

푸른 산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들, 아니 민둥산을 푸르게 만든 고마운 사람들. 그들이 바로 임업직공무원들이다.

산감이라 불리기도 했고 산림공무원이라 불리기도 했던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은 나무 같은 공무원이다.

늘 나무처럼 말없이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푸른 공직자다.

식목일이 다가오면 국민이 나무를 심고 사랑할 수 있도록 몇 날 며칠을 야근하며 준비하고 뒷바라지하는 사람들, 산불조심기간이 도래하면 근무조를 짜서 밤샘근무를 하고, 산불이 나면 무전기를 들고 제일 먼저 산불현장에 나타나 불을 끄는 사람들이다.

어디 그뿐이랴. 숲이 건강하게 간벌을 하고, 산림병해충을 막고, 부가가치가 높은 수종으로 갱신하고, 계곡물을 가두기 위해 사방댐을 만들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당신들이다. 수목원과 산림공원을 만들고 휴양림과 휴양시설을 조성해 국민이 휴식하고 힐링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는가 하면, 도시녹화와 거리녹화도 하여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었다. 덕분에 국민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

나무처럼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주고, 더우면 그늘이 되어주고, 추우면 장작이 되어주었던 산소 같은 공무원들, 그들이 있어 대한민국이 엷은 미소를 짓는다.

돌이켜보면 충북도 행정공무원으로 34년을 재직하면서 그런 당신들과 인연을 맺고 일한 것은 보람이자 축복이었다.

6급으로 진급해 충청북도임업시험장 서무계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했는데, 4개월도 안 돼 임업시험장과 치산사업소가 통합해 산림환경연구소로 개편되는 바람에 졸지에 임업시험장 마지막 서무계장과 산림환경연구소 초대 서무계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런 흔치않은 공직 인연을 소중히 간직하며 1년 남짓 산림환경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일한 유쾌한 추억이 있고, 충북도 농정국 주무과 차석으로 재직하면서 5년여 동안 산림과 직원들과 업무적 연대와 인간적 교분을 쌓았다.

그들의 성원에 힘입어 농정국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했으니 호연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서기관이 되어서는 한때 산림과 바로 옆에 있는 농산지원과 과장으로 근무하며 교류했으니 임업직공무원들과 인연이 참으로 각별하다.

그래서 그들을 잘 안다.

그들이 얼마나 순박하고 정직한 공무원인지, 임업발전과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얼마나 수고하고 땀 흘리는 지를.

그런 그들이 치산녹화가 잘 된 나머지 날로 입지가 좁아지고 존재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산은 푸르러졌으나 국토의 70%인 임야가 아직도 잡목투성이어서 4대 강 정비사업을 하듯 산맥 정비사업을 해야 한다.

비경제적인 산을 돈 나오는 노다지 산으로 변모시킬 책무와 소명이 그들에게 있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국가와 국민에게 변함없는 부름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

임업공무원들의 사기를 높여 독일이 산유국 부럽지 않는 용재적가치가 큰 아름드리나무와 아름다운 숲을 가꾸었듯이 대한민국을 나무 부국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산도 숲도 나무도, 민초들도 기뻐 춤출 것인즉, 그리해야 한다.

임우회라는 퇴직한 임업직공무원들의 결사체가 있다.

그들은 퇴직 후 뿔뿔이 흩어져 각자의 삶을 살지만 임우회라는 숲을 만들어 푸르게 연대하며 산다.

좋은 일이다.

동지적 연대감으로 상부상조하며 후배들의 방풍림 역할도 하고, 현직에서 쌓은 경륜과 기술을 지역사회에 재능기부형식으로 환류하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이 땅의 걸어다니는 상록수 공무원들, 퇴직 후에도 숲이 되어 사는 그들을 사랑한다.

그들이 있어 맑은 공기 마음껏 마시며 오늘도 즐겁게 산에 오른다.

/ 시인·문화비평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