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후
가을 오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11.16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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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도 종 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 삭막한 도심에서도 늦가을 풍경은 짙습니다. 허공을 노랗게 가르며 내리는 은행잎과 바람결 따라 춤추듯 떨어지는 느티나무잎, 심장이 덜컥 내려앉듯 뚝뚝 지는 플라타너스잎이 머지않은 가을을 예고합니다. 마음보다 먼저 와 있는 가을로 서늘해지기도, 쓸쓸해지기도 합니다. 꽃 빛보다 시린 낙엽 빛에 비우고 내려놔야 아름답다는 것을 나무에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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