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조작
심리 조작
  • 양철기 청주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6.11.1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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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청주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11월 1일 경찰은 편의점주 이모(45)씨를 구속했다. 그는 20대 A씨 부부를 편의점에 고용해 노동력 착취, 상습폭행, A씨 부인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이다. 이씨는 오래전 회사에서 근무할 때부터 A씨를 알게 된 뒤 경제적으로 어렵고 자신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약점을 이용, 대출금을 가로채고 피해자 아들 및 부인을 상습 폭행과 강간을 했다. 장애인이 아닌 건강한 20대 부부가 왜 그렇게 당하고만 있었을까.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월세로 이씨 집에 살고 있어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쫓겨날 것 같아 신고하지 못했고 아들이 이씨에게 폭행당해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A씨 부부에게 군림한 이씨는 친구였을까, 벗어날 수 없는 `악마'였을까?

친구로 믿었지만 사실은 적인 것을 프레너미(frienemy, fr iend+enemy)라고 부른다. 장애인 노예사건, 여고 동창생 18년간 갈취 사건, 최순실 사건 등이 이와 관련이 된다. 프레너미는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로 구분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프레너미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에서 자력이든 조력을 받아서든 벗어나게 된다. 그런데 위의 20대 부부처럼 프레너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떤 심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일본의 정신의학자 오카다 다카시는 저서 `심리조작의 비밀'에서 그 원인을 의존성에서 찾는다. 마치 세뇌를 당한 듯 사이비 종교 지도자에 빠지거나 폭력적인 남편에게 매달거나 왕따나 학대를 장기간 당하거나 또는 흉포한 상사에게 끌려다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의존성이다. 다카시는 심리조작 하기 쉬운 유형의 사람들은 의존성 인격장애로 진단한다. 이런 사람들은 특정한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으면 자신은 살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리지 못하며 의존하는 사람에게 맡겨 버린다. 의사결정을 타인에게 맡기기 시작하면 사소한 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되고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 의지하게 된다.

의존성 인격장애인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지나치게 억제하고 타인의 기분을 살피면서 살 경우 형성되기 쉽다. 난폭하고 권위적인 부모나 변덕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은 가정에서 자란 경우 뿐 아니라, 자식을 위한 행동일지라도 지나치게 보호하고 간섭하고 주체성을 침해하면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고 다카시 박사는 경고했다.

프레너미 관계에서 지배하는 자는 교묘한 방법으로 상대방을 심리 조작한다. 그들은 외로워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한 상대방에게 급격히 친해지려고 막대한 애정과 헌신을 쏟아 부어 상대방이 감동하게 만든다.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과 교류할 경우 극도의 불쾌감을 나타낸다. 그러면 상대방은 그 사람의 기분을 맞춰 주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모든 관계를 끊게 된다. 그리고 초기에 쏟아 붓던 과도한 애정과 물질, 칭찬 등이 줄어들며 반대로 모욕과 폭력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완전히 그 사람의 몸과 영혼을 지배한 친구가 된다.

이런 심리조작은 우리가 사는 어느 집단에서나 발생한다. 학교에서의 프레너미 관계는 눈에 보이지 않게 교묘하게 이뤄져 심리조작을 당하는 사람들을 발견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주변에 나쁜 프레너미로부터 고통 받는 사람이 있다면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서두의 피해자 A씨 부부는 편의점에 손님으로 온 경찰관이 이들 부부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보고 도움을 주어 프레너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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