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교장선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6.11.15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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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높은 자리에 오를 수록 그에 따른 책임도 가중된다.

권리는 누리고 싶은 데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을 경우 탈이 나기 마련이다.

요즘 학교 현장이 그런 모습이다.

학교의 가장 큰 어른이자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교장들의 비위가 도를 넘은 듯 싶다.

사회에서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을 바라보는 눈은 똑같다. 누구보다 깨끗하고, 누구보다 도덕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그런데 당연해야 할 그런 모습이 아닌 비위행위로 왜 언론에 오르내리는 지 걱정이다.

최근 청주 모 초등학교 교장은 도교육청 특별감사에서 20여건 넘게 공금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년 2월 퇴직을 앞둔 이 교장의 비위 행위는 지난 9월 이 학교 직원이 국민신문고에 올리면서 학교 밖으로 새어 나왔다.

이 교장의 비위 행위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쉽지 않다.

학생 선수 훈련비에서 영양 식비 명목으로 교사에게 지출 품의를 하게 한 뒤 영양식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물론 교사에게 학교 법인카드로 선결제하게 하고 단골 식당에 비치해 놓은 자신 이름의 장부에 기록하게 하게 했다. 여기에 음식점 명함에 결제 금액을 기록해 가져 오도록 하는 방법으로 24건 613만여원을 유용했다.

또한 학생등에게 시상이나 격려 목적으로 254만원 권 상품권을 구입해 163만5000원은 유용하고, 나머지 52만5000원의 상품권은 소지하다 감사 과정에 적발돼 반납했다. 이 교장에 대해 도교육청은 중징계 요구는 물론 사법 당국에 고발키로 했다.

이 교장은 적발된 비위행위에 대해“관행이었다”는 말로 해명하고 있다는데 30여년 교단을 지킨 교장의 행태로 보기에 낯부끄럽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도 교장들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드러난다.

연 수업 일수 198일 가운데 100일 이상 출장을 달고 학교를 비운 교장들이 수두룩하다. 운동종목 지정학교의 경우 대회 출전 등으로 교장들의 출장이 잦다는 얘기는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를 비우는 교장들에게 학생들이 눈에 들어오긴 하는 지 의문이 생긴다.

평일도 아닌 휴일에 다녀오는 교직원의 경조사도 꼬박꼬박 출장 처리해 출장비를 챙기는 교장들의 모습을 보며 학생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 지 모르겠다.

지난 4월 여성 교무실무사를 성추행한 혐의로 직위해제돼 수사를 받았던 도내 모 중학교 교장은 징계위원회의 해임 결정으로 교단을 떠나기도 했다.

천재 철학자로 불리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할 당시 아이들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머리를 잡아채기도 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실신을 했고, 그 일 이후 도덕적 자괴감으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그는 10년 후에 자신에게 매를 맞은 아이들을 찾아가 일일이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그의 도덕적 양심이 자존심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학생들 앞에서는 자존심보다 양심을 지키는 게 더 힘든 일일지 모른다. 양심을 팔면서까지 지킨 높은 자리가 명예로울 수는 없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교육자로서 가져야 할 기본 자세다.

꿈과 희망을 품고 학교에 오는 아이들에게`자랑스러운 교장선생님'으로 기억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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