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업이 사사로움에 관대해서는 안된다
국가사업이 사사로움에 관대해서는 안된다
  • 허은숙<청주시 문화관광해설사>
  • 승인 2016.11.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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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허은숙<청주시 문화관광해설사>

관광객은 관광의 초점을 어디에 맞출까. 해설사로부터 들은 해설 중 어떤 내용을 기억할까. 문화재 관련 지식일까 재밌는 이야기일까. 반대로 문화관광해설사는 보수교육과 현장답사에서 얻은 정보 중 얼마나 자신의 지식으로 소화시킬까.

2010년 문화관광해설사 양성과정 때 들었던 숱한 정보 중 딱 한 가지만 지금껏 기억하고 있다.

청주대학교 관광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광'하면 무엇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지 물었다. 전공자들이 뽑은 1순위는 무엇이었을까. 김밥과 관광버스였다. 전공자들이 문화재나 관광정보에 대한 이해가 이 정도인데 관광객들이 해설사의 해설에 얼마나 매료될까.

문화관광해설사로서 해설의 초점을 일상을 중심으로 한 정서적 관점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몇 년 전 수암골에서 근무할 당시에 관광공사가 3월의 가볼만한 여행지로 청주 수암골을 선정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들은 “그곳에 설명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 하는 반응이었다.

수암골은 한국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달동네라는 것, 고도제한으로 개발이 어려워 60여 호만 남아있는 현실, 드라마 카인과 아벨,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는 것이 이야기를 엮어갈 주제였다.

상당산성에서는 스토리텔링으로 선조들이 정성을 쏟으면서 성을 쌓았다는 것을 각인시킨 적이 있다. 조선 숙종 때 어느 여인이 남편과 만리장성을 쌓고 싶어서 면회를 신청했는데 뭘 모르는 수문지기 병사는 “이곳은 면회할 수 없으니 돌아가시오”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인은 “저희 남편은 이 성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하고 만리장성을 쌓아야 하니 남편 좀 빨리 내보내주세요” 라고 애원했다. 수문지기병사가 “이 여자가 미쳤나, 말로해서는 안 되겠네 어서 썩 돌아가시오” 하면서 여인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여인이 그만 성문 앞에 쓰러져서 엉엉 울고 있었다. 마침 성을 순시하던 우후 유성추가 이 광경을 보았다.

관광객에게 “상당산성 우두머리 우후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라고 질문하니까 100% 면회를 허락했을 것 같다고 했다. 아마 여인에 대한 연민이 발동했을 것이다. 이야기를 통하여 국가사업이 사사로움에 관대해서는 그릇 칠 수 있기 때문에 면회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해설하는 것이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수백 년, 수천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존재가 문화재이다. 문화재의 보이는 해설보다 문화재에 얽힌 사연과 본받을 정신을 각인시켜주는 해설이 더 매료되는 것 같다.

누군가 앞에서 문화재에 대한 해설을 한다는 것은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관광객과 지자체를 위해서 일하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특별한 기회인 것 같다.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이 김밥과 관광버스라는 관광객에게,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이 문화관광해설사의 감명 깊은 해설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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