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람들 가출하다
여의도 사람들 가출하다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 승인 2016.11.13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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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박숙희<문화관광해설사·아동문학가>

마음의 문을 열고 더 자세히 직지 책 속에 오묘한 이치를, 가진 것 없이 줄 수 있는 삶으로 반추하려는 「직지」상권 스무 아홉 번째 이야기는 백장 회해 선사(百丈 懷海 禪師)의 말씀이다. 전문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부산 화엄사 주지 각성 스님의 `직지'번역 및 강해(1998년) 등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백장 회해 선사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배우는 것은 때 묻은 옷을 씻는 것과 같으니라. 옷은 본래 있었고 옷의 때는 외부에서 온 것이다. 일체 유와 무와 음성과 형색을 말하거나 듣는 것이 때와 같으니 전혀 마음을 가지고 주박(湊泊)하지 말 것이니라.

옷이 본래 있고 때는 밖에서 온 것과 같이 마음의 때는 외부에서 묻어 온 때와 같고 마음의 본체는 옷과 같은 것이겠다. 견물생심(見物生心) 하는 것 등은 청정한 마음을 더럽히는 때와 같다는 것 아니겠는지.

온갖 사물과 외경에 마음이 끌려서 마음을 그 속에 쏟는 것, 즉 그 마음속에 경주하는 것을 주박(湊泊)이라고 한단다. 백장 스님께서 주박하지 말라는 것은 거기에 마음을 두는 것처럼 그렇게 주박 하지 말라는 것이란다.

위앙종의 위산 대원 선사의 법문 가운데 이런 말이 나온단다. `안과 밖의 모든 법은 진실이 아니며 마음으로부터 변해서 생겼으며 모두 다 거짓 이름임을 알아서 마음을 가지고 주박하지 말라. 다만 감정이 물건에 붙지를 아니하면 사물이 어찌 사람을 구애하겠느냐? 저 법성(法性)이 두루 통하는 것에 따라서 끊지도 말고 잇지도 말지어다.'

이는 견물생심으로 마음이 물건에 뺏기지 않으면 물건이 사람을 구애할 수 없다는 것이겠다. 물건에 경주하지 말고 주박하지 말라는 것. 즉 법성(法性)이라고 하는 것은 본래의 마음자리라는 것이겠다. 이것은 그대로 맡겨 두고 그대로 따라서 하지, 마음을 공연히 계속하거나 끊지 말라는 것 아니겠는지.

여의도 사람들, 특히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12일 서울 도심 `촛불시위'에 모두 공식적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당원동원령을 내렸다. 민주노총과 진보 진영 시민단체들 중심으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도 각 조직 소속원을 참여시켜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시민들이 전세버스 등을 이용해 참가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입법 활동 티켓을 부여 받은 여의도 사람들이 국회를 가출해 거리로 나온다는 것은 직무유기에다 개헌을 명시적·묵시적으로 반대하는 정치 세력이다. 이들을 국민은 현 사태를 정권이 거저 통째로 굴러온 호기(好期)로 파악하는 야권 중심의 세력으로밖에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에게 인사권·수사·정보기관 지휘권을 집중시킨 5년 단임제 헌법은 이번 사태로 확실하게 파탄이 났다. 개헌 반대 세력이 `정치 리더십의 국가 부도사태'를 초래한 현행 헌법 유지를 주장하려면 정권획득에 편리하다는 이유가 아닌 새로운 대의명분(大義名分)을 제시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백장 스님 말씀 “마음을 가지고 경주하지 말라는 것이 주요골자인 것. 즉 마음이 끌려가서 집착을 내지 말라는 것.”은 여의도 사람들이 국회를 가출해서 거리로 나와 촛불시위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부나비처럼 불에 주박해서 자기 생명을 잃는 것과 같다는 것 아닐는지.

국민 분노를 손톱만큼이라도 풀기 위해서는, 여의도를 가출한 사람들은 국회로 돌아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등받이 삼아 세계 강대국을 상대로 담대한 협상력을 구사할 국가지도자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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