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학 연구
청주학 연구
  • 박상일<청주대 청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16.11.1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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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박상일<청주대 청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첫서리와 함께 올해도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다. 사람마다 한해를 정리하느라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할 때이다. 특히 글 쓰는 사람이나 연구자들은 대개 이때쯤이면 밀린 원고 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마련이다. 좀 미리미리 쓰면 될 일인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아직은 한해를 돌아보고 겨우살이를 준비할 마음의 여유는 사치에 가깝다. 요즘 막바지로 하는 일이 청주학이다. 지난봄부터 이제까지 거의 매일같이 청주학과 함께 분주하게 뛰어왔다. 가끔은 까다로운 행정업무와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많은 분이 청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의 필요성에 공감해 주고, 청주학 연구와 강좌에 적극 참여해 주어서 신바람도 느끼고 진행이 순조롭다.

금년은 청주학연구의 첫 장을 연 해이다. 청주문화원과 청주대학교에서 동시에 진행된 청주학 강좌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청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영역이 탄생하고, `청주학'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지역학 연구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지역마다 문화원과 향토사연구단체들이 있어서 향토사를 연구하고 지역문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좀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에 지리지를 편찬하면서 지역의 역사 지리 유적 인물 군사 토산 등 모든 분야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 지역학의 뿌리로서 오늘날까지 귀중한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그동안 향토사학자들에 의해 주도된 향토사는 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적을 연구대상으로 한 것에 비하여 지역학은 해당 지역의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는 차이점이 있다. 근래에 서울학을 시작으로 부산 인천 안동 공주 등에서 지역학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고, 우리 충북에도 1999년에 충북개발연구원(현 충북연구원) 산하에 충북학연구소가 설립되어 충북의 인문학 연구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에 청주대학교 교양학부는 대학시절을 짧게는 4년 길게는 7,8년을 청주에서 지내는 학생들에게 청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청주학 강좌를 계획했다. 마침 청주시도 청주학 진흥사업을 공모하여 청주대에 지원함으로써 청주학연구원이 설립되고, 청주대는 교양과목으로 청주학 강좌를 개설하여 1,2학기에 각각 3백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청주의 역사문화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청주학 시민강좌와 유적답사, 강의교재와 연구총서 발간, 학술포럼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청주문화원에서도 금년의 주요사업으로 청주학 강좌를 개설하고 매주 다른 주제를 가지고 청주에 대한 연구가 깊은 학자들에게 강의를 의뢰했다. 문화원에서는 20주 강의와 2회의 유적답사, 학술세미나로 이어졌고, 연달아 청주대학교 청주학연구원의 시민강좌로 계속되어 다음 주에 종강을 앞두고 있다. 초빙강사의 강의는 열정적이었고 시민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수강생은 공직이나 사업에서 퇴직한 분들이 많지만 현직에 있는 분들도 적지 않았다. 청주시민으로서 이런 강의를 듣게 되어서 좋았다면서 청주에 사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느낀다는 소감 말씀에 감사할 따름이다.

청주는 들여다보면 볼수록 역사의 깊이가 남다른 도시이다. 그럼에도 알려진 것이 너무 없고, 있는 것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 청주읍성과 남석교를 답사하면서 눈으로 보기보다는 가슴으로 느끼는 바가 많았고, 와우산과 부모산, 무심천과 미호천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겨워졌다. 올해는 관심을 촉발시킨 것만으로도 내심 만족하지만 앞으로 청주학의 과제는 무한하다. 청주의 모든 것이 청주학의 연구대상이다. 청주학도 관심대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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