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安否)
안부(安否)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11.0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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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윤 성 택

 

밤은 파랗고 생각은 굴참나무 밑입니다. 하루가 쓸쓸한 어느 간이역이어서 차를 세우고 풍경이 차창을 내립니다, 설핏 스치면 그새 저녁놀입니다. 어둑해지는 사위 속에서 붉은 신호등만 바라봅니다. 기다리는 시간. 그 짧은 순간이 일생이라면 어떨까요. 기억이 가지는 섬세한 숨소리를 생각합니다. 늘 숨쉬고 있음에도 깨닫지 못하다가도 어느 한 순간 숨이 턱 막히며 그 기억의 한 가운데 몸을 데려가 놓곤 하지요. 그러니 세월은 여러 가지 기다림을 잇대어 누빈 피륙만 같습니다. 꿈은 삶을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꿈으로 환기되기 위해서 마련해 놓은 시간이 아닌지요. 감정의, 격정의 끝점에서 세상은 잠시 멈추고, 저녁해가 느리게 그 호흡을 끌어당깁니다. 이렇게 자판이 나를 앞서 갑니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 `저녁이 있는 삶'이란 말이 회자된 적 있습니다.
잠깐의 여유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저녁은 단순한 휴식만이 아닐 겁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 문득 절벽처럼 느껴질 때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나답게 산다는 것, 나로 산다는 것에 대해 안부처럼 물어보는 가을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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