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을 노래하자
그래도 희망을 노래하자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11.0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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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대한민국호가 표류하고 있다.

갈 길 바쁜데,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한 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짙은 안갯속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선장이 승무원들과 상의해 항해하지 않고 한낱 아낙에 지니지 않은 승객의 말을 듣고 항해했다고 사단이 났는데, 선장의 거듭된 사과와 사죄에도 분란이 종식되기는커녕 더욱 꼬여만 가니 대한민국호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승객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문제는 해법의 차이다.

선장과 함께 배를 이끌어가는 승무원들이 둘로 나뉘어 한쪽은 다음 항구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유능한 항해사나 갑판장에게 키를 맡겨 항진을 계속 이어가자 하고, 다른 한쪽은 흠결 많은 선장을 배에서 끌어내린 후 새로운 선장을 뽑아서 항진하자고 싸움질한다. 지켜보는 승객들도 둘로 나누어 격한 대립을 하고 있으니 배가 온전할 수 없다.

세계 12대 경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호가 이처럼 좌초위기에 놓여 있다. 승객들은 분노했고, 분노의 틈새 사이로 배의 전복을 획책하는 무리도 있으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자칫 선장이 밉다고 타고 있는 배를 부수거나 엔진을 끄는 우를 범할까 저어 된다.

승객들을 실망시키고 대한민국호의 명예를 실추시킨 선장을 당장 배에서 끌어내리고 퇴출시키고 싶은 국민의 심정을 어찌 모르랴.

하지만 헌정이 중단되지 않도록 법과 절차에 따라 이성적으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일단 현재 진행하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불법치부 여부와 최순실에 부역한 청와대 끄나풀들의 검찰수사결과를 지켜보자.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거기에 어느 정도 개입하고 관여했는지에 따라서 임기 말까지 선장지위를 유지시켜 줄 것인지, 선장지위를 떼고 배에서 끌어내릴 것인지 결정하자.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유고가 생기거나 궐위되면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토록 하고 있다. 국무총리가 새로운 선장을 뽑을 때까지 선장직을 대행하게 된다.

대통령이 자진 하야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야당이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비토하고 있는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를 받을 것인지,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국회에서 추천하는 거국내각 총리를 받을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빠진 탈당문제와 국가경영의 키를 어떤 방식으로 이양할 것인지와, 남은 임기를 어떻게 속죄하면서 보낼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 대국민담화 형식으로 하든 여야영수회담으로 풀든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성난 민심과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누그러뜨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박 대통령을 팔아 표를 얻고 호가호위했던 이른바 진박ㆍ친박들은 뒤로 숨지 말고 국민 앞에 나와 석고대죄하고 친박해체와 친박일색의 현 지도부의 총 사퇴로 결자해지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검찰 부실수사 운운하며 시간 끌지 말고 특검을 해서 진상을 조속히 밝혀내고 결과에 따라서 임기를 마치게 하든지 탄핵을 하든지 하야를 시키든지 해야 한다.

내년 대선 승리를 따 놓은 당상처럼 여기면 큰코다친다. 국민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지 못하면 그림의 떡이 될 뿐이다.

여야의 대선 잠룡들도 배가 산으로 가지 않도록 시정잡배들이 내뱉듯 무책임한 인기몰이 발언을 삼가야 한다.

국민도 이제 그만 망연자실에서 깨어나 희망을 쏘아 올리자. 민주주의와 사회정의가 굳건히 서도록 국가의 틀을 새로 짜는 전기로 승화시키는 반전의 계기로 삼자.

어떻게 세운 대한민국인데 예서 무너질 수 없다. 위기는 기회이고, 아픈 만큼 성숙할 것인 즉 애써 희망을 노래하자.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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