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우울 그리고…
분노·우울 그리고…
  • 양철기 청주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6.11.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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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청주 서원초 교감(박사·교육심리)

며칠간 충격으로 분노와 우울감에 빠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와중에 사람 마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여기저기서 대통령의 심리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부랴부랴 대통령과 관련된 각종 언론 보도자료, 연설집, 자서전 등을 탐독하면서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그분은 지금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되는 거였다. 박 대통령 자서전 등에는 가끔 그분의 고백이 나온다. `내가 그토록 도(道)를 따라 어긋남이 없이 살려고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을 자신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이다(박근혜, 고난을 벗 삼아 진실을 등대삼아·194쪽)'와 같이 자신의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4년 전, 그분은 대통령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선언했다. 말실수다. 그런데 그렇게 중차대한 순간에 그런 실수를 할 수 있을까? 그 언어는 그 당시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나타냈다. 부지불식간에 속마음을 들켜버리는 말실수를 `프로이트의 실언'이라고 하는데 프로이트에 따르면`말실수'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억압된 무의식이 의식에 개입해 남에게 감추고 싶은 생각을 본의 아니게 밖으로 드러내는 일이다.

그렇다면 `대통령 하기 싫은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경우'다. 언론에서 발표한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그분은 대통령이 되고 싶거나 대통령 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다만 표를 얻을 힘이 있기 때문에 어떤 세력이 일종의`정치 상품'으로 키웠고 그렇게 대통령까지 됐다고 보여진다. 어쨌든 `박근혜'라는 개인은 하기 싫은 배역을 맡았는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심리적 기제는 발달과업(developmental task)이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기 위하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달 단계에서 반드시 성취해야 할 일이 있다. 헤비그허스트는 개인이 한 단계에서 발달과업을 잘 성취하면 다음 단계의 과업을 원만히 수행할 기초를 마련하나 그렇지 못하면 장차의 과업수행에 곤란을 겪게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발달과업은 대체로 연령에 따라 계열화되어 있다.

박근혜는 11살에 청와대에 들어와 27세에 나온다. 에릭슨에 따르면 이 시기의 발달과업은 정체감 형성이다. 정체감 탐색과 형성에 실패한 사람은 정체감 혼미를 경험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견해에 병적으로 열중하거나 아니면 또 다른 극단에 치우쳐 다른 사람의 생각은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으며 정체감 혼미에 따른 불안을 떨치기 위해 뭔가에 탐닉할 수 있다.

청소년기를 고립무원의 청와대라는 곳에서 보통사람으로 자랄 기회가 없었던 그녀이기에 최태민·최순실에게 빠질 수 있는 심리적 개연성은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만약 박근혜가 정치판에 나오지 않고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지낼지 상상해 본다. 최순실과 `언니', `동생'하면서 그분이 원하는 평온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문제는 그분이 지금 우리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다. 분노하고 우울해 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국가를 위해 뭔가는 해야 한다. 핵심은 그분을 대통령으로 앉히고 온갖 단물을 빨아먹은 그 세력들이다. 그 세력들은 현 정권의 `내부자'에서 어느새 `심판자'로 갈아타고 있다. 그래서 또 다른 자기들의 꼭두각시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이 보이지 않은 세력 중의 가장 큰 세력은 소위 잘나가는 신문사가 포함된다. 지금 책상 위를 보라. 어떤 신문이 놓여있는지. 특정 신문을 보고 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판단과 시야를 넓히고 올바르게 하기 위해 관점이 다른 신문도 보자는 이야기다. 학교나 기관의 장 90%는 이 특정 신문들을 구독하고 있다. 이제 그 신문의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제어해 보자.

분노하고 우울해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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