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초 향 속에 깊어가는 가을
구절초 향 속에 깊어가는 가을
  • 우래제<청주 원봉중>
  • 승인 2016.11.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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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청주 원봉중>

파란 하늘 짙어가는 가을 저녁 퇴근길. 오래전에 심었을 구절초 꽃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지금쯤 영평사의 구절초도 한창 피었을 텐데. 온천지가 하얀 꽃으로 단장했을 절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구절초·박용래)

구절초는 중양절인 음력 9월 9일에 채취한 것이 가장 약효가 좋아 9월 9일에 채취하는 풀이라는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또 줄기의 마디가 단오에는 다섯, 중양절에는 아홉마디가 된다는 뜻에서 구(九)와 중양절의 `절(節)'을 써서 구절초(九節草), 혹은 꺾는다는 뜻의 `절(折)'자를 써서 구절초(九折草)라 하였다. 넓은 잎 구절초, 여자에 좋다고 선모초, 9월 9일에 뜯어야 한다고 구일초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9월 9일은 양수 9가 겹치는 날로 중구일이라고도 하여 명절로 지내왔다. 중양절에는 산수유 열매를 담은 주머니를 차고 산에 올라가 국화전을 먹고 국화주를 마시며 즐기는 등고란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 국화전에 사용한 것이 구절초 아닐까? 시에 나왔듯이 구절초는 가을에 꽃이 피기 전에 캐어 말렸다가 약으로도 쓰는 식물이다. 구절초는 뿌리, 잎, 줄기 모두 사용되며 꽃을 술에 담가 먹기도 한다. 향기가 좋아 관상용으로 심기도 하고 두통·탈모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말려서 베개 속에 넣어 사용하기도 했다.

구절초는 국화과의 식물로 꽃말이 `순수, 어머님의 사랑'이며 흰 꽃이 피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을꽃이다.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데 종류도 30여가지가 있다. 남구절초는 남쪽에 자생하며 잎이 두껍고 표면이 윤이 나며, 국화잎을 닮은 낙동구절초는 태백산 서남쪽에 자생하고 잎이 가는 가는잎 구절초는 꽃이 흰색이나 분홍색이다. 산구절초는 높은 산에 자생하며 잎이 좁게 갈라지는 특징이 있고 한라구절초는 잎이 다육질이다. 울릉도 바닷가에 자생하는 울릉국화는 연한 붉은색 꽃이 피며 포천구절초는 한탄강유역에 자생하며 분홍색 꽃을 피운다. 이북에는 백두산에 자생하는 바위구절초와 황해도에 자생하는 서홍구절초가 있다.

가을은, 하늘도 떠나가는 구름을 그리워하는 계절이란다. 위 시의 작가가 구절초를 보며 먼저 간 누이를 가슴 아프게 그리워하고 있듯이 구절초 꽃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에 막연히 누군가가 아릿하게 그립고 가슴 한편에 찬바람 휘도는 느낌이다. 구절초 향기 속에 깊어가는 가을! 여기저기서 구절초 축제가 한창이다. 구절초 꽃 한 움큼 따다 차 한 잔 마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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