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외침
그들의 외침
  • 김금란 기자
  • 승인 2016.11.01 2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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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대학생들이 화가 났다.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보다 나라가 더 걱정된다는 대학생들이 강의실을 나와 시국선언 대열에 섰다.

소문으로 떠돌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취업 준비를 위해 졸업까지 미룬 학생들도, 교생실습을 나간 예비교사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충북에서도 1일 충북대와 청주교대를 시작으로 학생독립운동 기념일인 3일까지 많은 대학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한다.

이들은 시국선언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부끄러운 역사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라고 주장한다.

1일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 앞에서 열린 시국선언에는 충북대학교 역사교육과, 사회교육과 등 1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시국선언문에서 이들은 “국민의 권리로, 국민의 의지로 국민의 참여로 뽑은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최순실에게 위임했다는 사실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무책임한 행위이며 4·19 혁명의 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라며 “국민은 언제나 승리하지는 않지만 마지막 승리자는 결국 국민이 될 것이며 우리는 후손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물려주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1960년 4·19때도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사사오입 등 불법적인 개헌으로 장기 집권한 이승만 정권에 맞서 청주에서도 청주농고, 청주상고, 청주공업고 등 지역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학생들은 경찰과 맞서며 도청까지 가두 행진을 했고,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일에 묵과하지 않았다. 이번 대학생들의 시국선언 역시 이런 맥락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합친 사자성어로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이다. 지난해에는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공포에 떨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대학생들이 분기탱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부터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지금의 정국을 그대로 반영한 듯싶다. 2013년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스캔들이 터지면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행역시(倒行逆施·도리를 따르지 않는다)가 뽑혔다.

2014년엔 세월호 침몰, 비선 의혹 문건 유출 파문이 일면서 그해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마음대로 함)가 선정됐다.

최근 충북대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을 만났다. 친구들과 팀을 꾸려 학교에서 추진하는 공모전 응모를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모전에 입상하면 영국과 이탈리아로 연수를 갈 수 있다고 했다. 공모전을 위해 한달 내내 친구들과 모여 토론도 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때론 서로 의견이 달라 다투기도 했지만 좋은 결과로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다는 이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고 응원도 해주고 싶었다.

평범한 20대 대학생 삶은 이런 것이다. 10억원이 넘는 승마용 말을 4마리 소유하고 있다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부정한 방법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자격조건이 안되는데도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면서 걸어온 길은 대학생들이 꿈꾸는 길이 아니다. 부끄러운 길이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신성한 권력을 최순실에게 넘긴 대통령도 부끄럽다. 초겨울의 추위가 불어닥친 1일 밤에도 청주교대 학생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국선언에 나선 대학생들, 그들의 외침이 부정한 권력 앞에 묻히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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