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관한 단상
음악에 관한 단상
  • 박경희<수필가>
  • 승인 2016.10.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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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 박경희

내게 있어 음악은 생명력이다. 음악 틀어놓고 하루를 열고 음악 닫으면서 하루를 마감하는, 음악이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음악은 들어서 즐겁고 우리들의 거칠어진 심성을 정화해준다. 음악 중에서도 내가 주로 듣는 음악은 클래식이 아닌 재즈나 팝, 록, 발라드풍의 국내외의 대중음악이나 영화나 드라마 배경음으로 깔렸던 OST 등의 가벼운 쪽이다.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들이 들으면 “그것들도 음악이냐?”고 우습게 여길 테지만 어쨌든 나에게는 참으로 귀한 장르의 음악들이다.

`유행가는 우리를 즐겁게 하고 고전음악은 우리를 각성케 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모두는 풍요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즐거움도 있어야 하고 각성도 있어야 한다. 유행가(대중음악)만 듣는 사람이나, 고전음악만 듣고 대중가요를 가볍게 보는 사람들은 한쪽만 고집하고 다른 한쪽을 버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사실 유행가도 오랜 세월 사람들이 즐겨 부르고 들으면 명곡이 되는 것이다.

음악이란 참 묘하게도 들으면 그때의 느낌과 분위기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희한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어떤 털옷을 뜨고 있을 때 들은 음악은 다음에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뜨던 털옷 생각이 나고, 어떤 책을 읽을 때 연속으로 듣던 음악은 나중에 또 그 음악을 들을 때 그 책 내용이 생각난다.

어떤 사람을 사랑했다가도 그 사람과 헤어지면 시간이 흐르고 또 새롭게 시작된 다른 사랑을 만나게 되면 헤어진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희미해져 간다. 하지만, 단 하나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 사람과 함께 듣거나 불렀던 특정 노래나 음악들이고, 아울러 그 음악을 들었던 시간과 특정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와 느낌들이다.

사람의 얼굴이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도 함께 듣던 음악만은 잊혀지지 않고 또렷이 기억이 날 뿐만 아니라 그 음악을 들을 때 어떤 기분이었다 하는 특유의 정서까지 분명히 기억이 난다는 이야기다. 결국 얼굴이나 대사보다는 무대장치나 배경음악이 기억 속에 더 깊이 각인된다는 내 나름대로의 결론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들아, 사랑을 할 때는 음악을 들으며 사랑하라. 언젠가 헤어질 날이 다가와 슬픈 이별을 한 대도 그는 당신과 함께 듣던 그 음악을 영원히 기억할 테니까….

매일, 내가 원하는 음악을 가장 좋은 기술적 환경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늘 감사하고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 남경윤의 연주를 듣는 것과, 베토벤의 음악을 듣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행복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남경윤을 선호하는 것도, 베토벤을 선호하는 것도 모두가 개인의 자기 취향에 따르는 `선택`일 뿐 절대적 우열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음악을 즐기는 `폭'에서는 차이가 분명해진다.

밥과 국, 반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식사가 될 수 있다. 반면 백반뿐 아니라 스테이크나 피자도 같이 즐긴다면 후자의 `폭'이 더 넓은 것이 사실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국악만으로도, 남경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똑같이 이 행복에 베토벤을 추가하면 행복의 질과 양에서 더 풍부해지는 것이다. 나는 말로의 2번 교향곡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오기택의 고향무정을 들으면서 지금은 가볼 수 없는 어릴 적 떠나온 고향을 아픈 마음으로 생각한다. `음악은 철학보다 위대하다'베토벤이 남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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