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은구곡시(曷隱九曲時)
갈은구곡시(曷隱九曲時)
  • 김홍숙<괴산군문화해설사>
  • 승인 2016.10.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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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김홍숙

갈은구곡시 설정자는 전덕호이며 칠성면 갈론리 일원에 있다. 이곳은 갈은 구곡을 최상으로 완성한 특별한 작품이라고 한다.

즉, 한시학습의 야외 강의실이자 서체연구의 자연학습장이다. 갈은구곡시 저자와 갈은동에서 학문을 논했던 사람들은 고고한 군자들과 함께 무위자연적 이상세계에서 사욕이 없고 편안한 마음으로 태평성대를 구가하며 유유자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런 희망을 시로 지어 바위에 새기고 신선처럼 떠나갔지만 그들의 꿈은 오늘도 바위에 남아 그 간절함을 전해주고 있다.

갈은구곡에는 구곡의 명칭과 구곡시를 제1곡부터 9곡까지 다양한 서체 즉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로 암각해 놓았다.

명칭과 구곡시를 살펴보면 행서 제1곡, 제7곡, 제9곡. 전서 제4곡, 제5곡, 제6곡. 별자 제7곡. 통자 제3곡이다. 그 외의 시는 초서나 별자로 쓰거나 예서로 썼다. 이렇게 구곡시를 바위에 새겨놓은 예는 전국에서 유일하며 더욱 다양한 서체로 암각한 사례도 특이하다.

이처럼 갈은구곡시는 한시의 표현기법 연구와 다양하고 특이한 한자 서체를 연구 할 수 있는 사례로 보기 드문 희귀한 문화유산이다.

이제 세상을 다스리는데 말하지 않아도 믿게 되고 저절로 교화가 되어 욕심 없고 순박한 사람 갈천씨가 사는 곳으로 가서 갈은구곡시를 만나 보기로 하자.

제1곡 갈은동문 - 갈은동으로 들어가는 입구. 겨울엔 따솜 따솜 여름엔 서늘 서늘, 태고의 자연과 벗하며 사노라니 마냥 좋아라 평평하고 하이얀 암반은 채소밭 하면 안성맞춤 청산은 겹겹이 높이 솟아 담장이어라.

제2곡 갈천정 - 갈천씨의 백성이 노니는 정자. 햇살은 청산 너머로 저물어가고, 해가 갈수록 백발이 늘어만 가누나. 오래도록 몇몇 군자들과 함께, 갈천씨의 백성이 되고파라.

제3곡 강선대 - 신선이 내려온 대. 황당하다고 해야 할까! 진짜라고 해야 할까? 이 세상에 신선을 본 사람 몇이나 되리오? 참으로 이상도하지. 여기에 찾아오는 사람은 가슴속 상쾌해져 절로 속된 마음 사라진다네.

제4곡 옥류벽- 구슬 같은 물방울이 맺히는 절벽. 용은 단약 솥에 엎드리고 거북은 연꽃 위에 올라가는데 참말로 신선되어 오르기 어렵다네. 절벽 사이 방울방울 흐르는 물 경장수니 오래도록 먹으면 응당 장수할 수 있다네.

제5곡 금병 - 비단 병풍. 온갖 꽃이 무성하고 햇빛이 붉게 비치니 오색 가사를 등에 걸친 중이러라 층층이 쌓인 바위 금병의 그림자 어떠한고? 차가운 연못에 거꾸로 비치니 푸르고 맑도다.

제6곡 구암 - 거북이 형상을 한 바위. 오래 묵은 거북이 차가운 샘물을 들이켰다 내뿜었다 하며 구슬모양 오므렸다 폈다 하여 멀리 가까이에서도 볼 수 있네. 한번 석문이 우레 맞아 부서진 이후로 이 영산을 잘 아껴서 지켜주지 못했다네.

제7곡 고송유수재 - 고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은 집. 일찍이 학은 여기에 아름다운 곳이 있는 줄 어떻게 알았을까? 다만 나의 취미도 학과 같다네 바둑판 하나 새기고 한 칸 지어 놓고 두 늙은이 기쁜 마음으로 마주 앉았네.

제8곡 칠학동천 - 일곱 마리 학이 사는 동네. 여기에 일찍이 일곱 마리 학이 살았다 하나. 학은 날아가 보이지 않고 구름만 떠가네. 지금 달 밝고 산은 공허한 밤인데 이슬 싫어하는 학의 소리 들리는 듯하누나.

제9곡 선국암 - 신선이 바둑 두는 바위. 옥녀봉 산마루에 해는 저물어가건만 바둑은 아직 끝내지 못해 각자 집으로 돌아갔네. 다음날 아침 생각나서 다시금 찾아와 보니 바둑알 알알이 꽃 되어 돌 위에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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