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이정표, jtbc
한국 언론의 이정표, jtbc
  • 임성재<시민기자·칼럼리스트>
  • 승인 2016.10.27 19: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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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국민은 분노를 넘어 허탈에 빠졌다. 어떻게 한 나라가 비선 실세라 불리는 최순실에게 이렇게 철저하게 농락당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모금관련 의혹에서 시작된 불씨가 이젠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커졌다.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에 나서고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먼저 나서 특검을 결의하는가 하면 야당은 대응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언론도 들끓는다. 평소 박근혜 정부를 비호하기에 급급했던 보수언론들조차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비판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마치 물 만난 고기떼 같다.

다른 정부 같았으면 수십 번도 더 국민에게 사과했을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 측근비리 같은 문제제기를 국기를 문란시키는 행위라며 강경하게 밀어붙여 왔던 대통령,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에도 모르쇠로 버티던 대통령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을 TV카메라 앞에 불러내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 것은 수사권을 가진 경찰도 검찰도 국정원도 아닌 언론보도였다.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받아 고치고, 정부인사에 관여하고, 대 북한정책 같은 국가기밀을 떡 주무르듯 주무른 증거를 찾아낸 jtbc보도의 힘이다.

지금 같은 우리나라 언론실태에서 이런 보도가 나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정치권력에 의한 언론장악은 박근혜 정부 들어 극에 달해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16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80개국 중 70위에 그쳤다. 노무현 정부시절 30위였던 순위가 곤두박질 친 것이다. 또 민간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도 노무현 정부시절 `언론자유국'이던 우리나라가 OECD 34개국 중 30위를 차지하며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전락했다. 전 세계가 언론자유지수에 민감한 것은 그 지수가 한 나라의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인데 국경 없는 기자회는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가 하락한 원인을 “정부는 비판을 점점 참지 못하고 있고 이미 양극화된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처럼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은 철저하게 정권에 장악당해 저널리즘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거기에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사실보도라는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조차 망각한 채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그들의 하수인임을 자처해왔다. 그런데 지금 종합편성채널의 하나인 jtbc의 보도가 대한민국의 전 언론을 들끓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바른 언론의 힘이다.

10월 24일, 대한민국의 국정이 대통령의 측근 실세에게 농락당한 사실을 밝혀낸 이날은 우리 언론사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jtbc 뉴스룸의 앵커 손석희가 있음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한때 가장 신뢰받는 언론인, 민주언론의 상징이었던 손석희가 종합편성채널로 간다고 할 때 `너마저도'하며 실망했던 많은 사람의 염려가 기우였음을 그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언론관을 그와 jtbc 기자들이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6일 저녁 8시에 방송된 `jtbc 뉴스룸'은 종편채널로서는 경이적인 8% 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같은 시간대 두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시청률을 압도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것이 방증이다.

1974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사임시킨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진 것도 워싱턴 포스트 지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기자의 진실을 향한 집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훨씬 심각하고 엄중한 대한민국의 국정농단 사태의 진실을 향해 한발 한발을 내딛는 jtbc뉴스에 시민들이 힘을 보태야 한다. 그들이 지치지 않고, 외압에 굴하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도록 두 눈 크게 부릅뜨고 함께 나서야 한다. 살아 있는 언론, 진실한 언론, 그것은 좌절과 분노의 정국에서 본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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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희 2016-11-05 21:43:52
조갑제닷컴은 박정부들어 7대 신문을 메이저라고 했습니다
이에 저는 나머지 신문을 마이너라고 했습니다
저는 마이너 쪽

홍성희 2016-11-05 21:41:55
임성재칼럼이스트님 손석희랑 비슷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