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천심임을 증거할 때
민심이 천심임을 증거할 때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6.10.27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 방석영<무심고전인문학회장>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분개하고 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 입학'및 미르재단 부정 모금 의혹에 이어 대통령의 연설문 등 각종 자료가 민간인 신분인 최 씨에게 사전 유출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론'마저 급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했지만 민심은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공자는 일찍이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를 강조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부모는 부모답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2천5백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각자 각자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공을 초월하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드시 지켜져야만 하는 기본적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을 빌미로 여우가 호랑이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행패를 부리듯, 국정을 농단한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실망감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은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대국민 사과도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최순실씨의 비리 사실이 입증 되는 대로, 직무 유기를 넘어선 무책임하고 부실한 국정운영에 따른 탄핵 및 하야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부모가 부모답지 못하고, 자식이 자식답지 못하다는 것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지공무사한 마음을 외면한 채, 사리사욕에 눈이 먼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자가 목전의 이득을 좇는 소아적이고 이기적인 `나'를 이기고 예(禮)로 돌아가는 극기복례(克己禮)를 주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눈앞의 작은 이득에 초점을 맞추는 소인배가 아니라, 인의(仁義)를 생각하는 대아적(大我的)이고 이타적인 군자로 거듭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고리타분한 옛날 책속의 얘기거나, 나와는 무관한 너의, 혹은 위정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자는 “三人行(삼인행) 必有我師焉(필유아사언) 擇其善者而從之(택기선자이종지) 其不善者而改之(기불선자이개지)” 즉,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착하고 올바른 사람을 선택해 그를 따라 배우고, 착하지 못하고 그른 사람은 반면교사로 삼는 한편 그 잘못됨을 고쳐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따라 배울 것은 없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이 참으로 청렴한지, 아니면 단지 대통령 등 고위층과 인연이 닿지 않아서 아무 짓도 하지 못한 것뿐인지, 스스로를 냉철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최순실 사건이 축소-은폐되는 일 없도록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며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민심이 곧 천심임을 증거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악취 나는 부패물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피하는데 만족해선 안 된다. 썩은 오물들이 온몸에 묻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라도 치워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앞장서서 손발을 걷어붙이고 치워야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