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필하모닉의 감동과 여운
충청필하모닉의 감동과 여운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10.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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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음악을 좋아한다.

장르불문이나 그중에서도 각기 다른 연주자와 악기들이 모여서 조화와 일치를 이루는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특히 좋아한다. 각자 제소리를 내되 튀지 않고, 뽐내지지 않고, 다투지도 않으며 최고의 화음을 내니 어찌 아니 좋으랴.

그 전형을 보여주는 오케스트라연주회가 지난 19일 저녁 청주아트홀에서 있었다.

충청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충청필) 2016년 정기연주회였다.

충청필은 2001년 지역에 거주하는 음악대학 강사들과 전문연주자들이 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창단한 충북 최초의 비영리 민간악단이다. 도립교향악단이나 시립교향악단처럼 도비나 시비로 운영되는 상설악단이 아니라 자비로 운영되는 비상설악단이다.

각자 호주머니 돈을 털어서 연습장도 빌리고, 대관도 하고, 악보도 구하고, 밥도 사먹어 가며 없는 시간 쪼개서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악단이다.

그 중심에 이강희 한국교통대 교수가 있다. 그는 충청필 창단을 주도한 산파이고 지금까지 무려 16년 동안 악단을 이끌어온 지휘자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후진을 양성했고 클래식의 대중화는 물론 뮤지컬·오페라·재즈 등 음악의 지평을 넓혀왔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이런 충청필의 역사와 내공을 보여준 감동의 무대였고 저비용 고효율 연주회의 진가를 보여준 공연이었다.

먼저 객석을 가득 메운 만원 관중에 놀랐고 바이올리니스트 양승돈과 첼리스트 채희철·피아니스트 박정원의 격조 높은 협연과 겸손한 무대 매너에 감동했다.

1부는 `베토벤의 3중 협주곡 다장조 작품56'을 충청필과 이들 3인이 협연했는데 곡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큰 울림을 주었다.

3인의 협연자가 모두 청주가 낳은 뛰어난 음악가이고 서울대학교 음대를 나온 동문인데다가 이강희 지휘자와 어릴 때부터 맺은 인연이 그런 감동의 시너지를 창출해낸 게 아닌가 사료된다.

그들은 앙코르곡으로 마치 고향 청주에 바치듯 `고향의 봄'을 연주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2부는 드보르작 `교향곡8번 사장조 작품88'이었다. 단원들은 그동안 많은 연습을 한 듯 이강희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힘차게 연주를 했고 관객들은 투박하지만 지역악단이 내뿜는 화음에 젖어들었다.

압권은 앙코르연주였다. 스비리도브의 눈보라 9개 중 4번 `로망스'였는데 연주가 끝나 돌아갔으리라 예상했던 3인의 협연자가 깜짝 등장하여 그것도 협연자가 아닌 단원의 모습으로 악단석에 앉아 함께 연주해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충북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인 양승돈 교수가 바이올린석에, 숙명여자대학교 채희철 교수가 첼로석에, 공주교육대학교 박정원 교수가 피아노석에 앉아 이강희 교수의 지휘에 맞춰 앙코르곡을 연주하는 모습은 파격이었고 감동이었다.

그들의 겸손한 무대 매너와 따뜻한 우정에 관중은 갈채를 보내며 진한 여운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특히 양승돈 교수는 원광대교수로 재직하면서도 청주를 떠나지 않고 다년간 충청필의 악장을 맡는 등 이강희 교수와 함께 지역 음악을 지키고 발전시켜온 의지의 충북인이다. 그런 그가 지역사회에서 위상과 무게감을 벗어버리고 바이올리니스트로 무대에 올라 그런 파격을 보인 것은 결코 범상한 일이 아니다.

각설하고 이번 충청필 공연은 충북문화재단 지원금 1400만원이 종자돈이 되어 무대에 올려졌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단 사이즈나 공연내용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충북도는 역량 있는 전문예술단을 도지정예술단으로 지정·육성하고, 충북문화재단은 지원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충청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감동과 여운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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