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중요하지만 도민 ‘알권리’가 우선
‘신의’ 중요하지만 도민 ‘알권리’가 우선
  • 이형모 기자
  • 승인 2016.10.2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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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형모 취재1팀장(부국장)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의 자료 제출 거부로 충북도의회 MRO산업 점검 특별위원회가 파행을 빚고 있다. 특위 위원들은 19일 “아시아나의 사업 포기로 MOU가 효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다른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다음 회의 때 이시종 지사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직접 거부 이유를 추궁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반면 경자청은 기업 영업비밀 유지를 이유로 자료 제출 거부의사를 굽히지 않아 충돌음을 내고 있다. 자료 제출 거부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어서 특위의 한계만 드러낸 도의회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도의회가 요구한 자료는 경자청과 아시아나항공이 MRO사업을 추진하면서 주고받은 수·발신 문서 9건이다. 문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특위는 이 문서에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포기 가능성이 엿보이는 정황이나 협약이 실효되는 결정적인 근거 조항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을 갖고 있는 반면, 경자청 측은 신의 성실의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뿐이지 비밀이 있거나 다른 목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경자청이 문서를 공개하지 않아 특위가 주장하는 의혹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런 소모적 공방을 더는 방치할 수는 없다. 원하든 원치않든 9건의 문서는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기업이 원치않는다는 이유로 “문서를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은 옳지 않다.

경자청은 “아시아나항공 측의 문서 비공개 요청이 있었고, 이를 공개할 경우 전례가 돼 충북도 전체 투자 유치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문서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없다. 협약 중 비밀유지 조항이 있고 협약이 실효됐다 하더라도 당시 오간 문서는 그 범위 내에서 상대방 동의없이 공개할 수 없다는 경자청의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업과의 신의보다는 도민의 `알권리'가 우선이다. 경자청이 주장하는 데로 문서에 비밀이 없거나 다른 목적이 없다면 문서 열람 정도는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가뜩이나 현안사업이 줄줄이 꼬여 어수선한 도정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경자청의 자료 제출은 물론 문서 열람 거부로 내용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로 1년을 허송세월하는 동안 도는 어떤 태도를 취했고, 어떤 이유로 기다렸는지 도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MRO특위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도의회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이다. 도민을 대신해 사업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대안을 내놓는 것 역시 도의회가 할 일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특위는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한 의도를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이시종 지사 흠집 내기나 전상헌 경자청장 경질의 빌미로 삼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경자청이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는 속내에는 이런 걱정이 내포돼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MRO사업 좌초에 따른 비판 여론과 무예마스십 실패 논란, KTX세종역 설치 논란이 겹치면서 도를 둘러싼 정치 기류가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 도의회 역시 김양희 의장 불심임 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 국면이다.

경자청은 도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문서 열람까지는 양보해야 하고 특위는 열람한 문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서로 한발씩 양보해야만 특위 `무용론'과 경자청의 `알권리 외면'이라는 따가운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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