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과 구곡시
구곡과 구곡시
  • 김홍숙<괴산군문화해설사>
  • 승인 2016.10.23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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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에게 듣는 역사이야기
▲ 김홍숙

앞에서는 괴산의 구곡이 설정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며 자연환경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도 알게되었다. 이번에는 구곡을 찾아온 수많은 시인 묵객들이 산수를 유람하며 그 절경을 만나 시를 쓰고 읊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 남겨둔 구곡시(漢詩)를 감상해 보고자 한다.

먼저 괴산군의 고산구곡(孤山九曲)-설정자는 유근이며 장소는 괴산읍 제월리와 검승리 일원이 포함된다. `고산'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지형지리상 이 산이 강가에 외떨어져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편 중국의 송나라 처사인 임포는 고산의 북쪽 기슭에 은거했는데 매화를 심고 학을 길러 스스로 짝을 삼았다 한다. 그의 묘소도 그곳에 있으며 유근이 `고산정'이라고 명명한 것은 일면 임포의 생활상을 답습하려는 취지에서라고 한다.

현판은 `고산정(孤山亭)'과 주지번이 쓴 `호산승집(湖山勝集)'과 암각글씨 `제월대(霽月臺)'와 `은병(隱屛)'이 있다. 은병은 주변의 경치가 한적하고 아늑하여 숨겨놓은 화려한 병풍처럼 아름답다는 뜻이라 한다. 제월은 `광풍제월'의 준말로 이는 청아하고 고결한 인품을 비유할 때 쓰는 용어이며 유근의 인품을 비유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고산구곡 제1곡-萬松亭;소나무숲에 지은 정자. 호젓한 정자 해동 깊숙한 곳에 있지만 맑은 바람소리 그윽한 향취 오호에 넘치네 몇 권의 황정경과 고전을 겸비하고 소나무 만 그루 심어 놓고 짝을 삼네. 제2곡-황니판;황톳길 언덕. 적벽강의 풍류는 그 옛날에 즐겼던 일이며 황니판의 그윽한 경치는 이곳에서 바야흐로 새로워라 주인은 미쳐 노래하며 떠나가지 못하니 노래를 짓는 사람 지금 그 후신인가 의심하네.

제3곡-관어대;물고기를 바라보는 대. 문득 낚시질하기 싫어져 줄을 거두고 홀로 빈 대에 기대앉아서 노는 물고기 바라보네 돌아가야 하는 것도 잊어버리게 되는 이런 즐거움 누가 알까? 아침노을 밤 달이 맑은 물가에 머무네. 제4곡-은병;숨겨 놓은 병풍 같은 바위. 병풍 같이 펼쳐진 오래된 절벽에 연하(煙霞)가 자욱하고 소나무가 숨어 있으니 뜻이 있는지 없는지 어찌 알리오 다음날 벼슬길에서 공을 이루게 되면 달을 맞아 황우처럼 편안히 누우려네. 제5곡-제월대;비 개인 후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는 대. 명경대가 여기 아닐까 혹 여기인 것 같기도 한데 선가의 은미한 곳 모두 선비에게 마땅하네 천심이 변덕스런 인심과는 같지 않으니 대에서 한가롭게 비 갠 후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네.

제6곡-창벽;푸른 절벽. 높다란 절벽을 누가 기교 부려 깎아 세웠나? 천추의 자연물이라 일찍이 변하지도 않네 아득코 아득한 세상일이 기름때 같은데 몇 번이나 그윽한 곳 찾아와 미리 맹약하였나? 제7곡-영객령;손님을 맞이하는 고개. 속세와 막혀 있어 길에 이끼 끼려 하지만 뛰어난 사람 맞이하려 이 산에 열렸네 다만 평상시에 인연 맺어 구름 짙게 붙잡아 두고 돌길 자주자주 쓸며 손님 오기 기다리네. 제8곡-영화담;꽃이 비치는 연못. 꽃 아래 맑은 연못에 달빛이 밝게 비치고 햇빛에 꽃 그림자 맑은 못에 일렁이네 갑자기 저녁 안개 감돌자 꽃가지 희미하더니 또 연못가에 밝은 달빛이 찾아드네. 제9곡-고산정사;고산에 있는 정사. 호산에서 학 기르는 일 예전에 도모했었는데 동쪽 울타리에서 지금 다시 임포를 보네 청산은 손이 되고 그대는 주인이 되어 고산에 보답하니 모두 외롭지 않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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