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시와 음악을 만나다
사진과 시와 음악을 만나다
  • 김용례<수필가>
  • 승인 2016.10.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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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용례

독서, 여행, 일, 사랑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이다. 하루를 이틀씩 쪼개서 쓰고 싶은 마음이다. 오전엔 말라가는 정신을 살찌워 보려고 인문학강좌가 있는 대학을 찾았다. 강의실 로비에서 사진전시회를 하고 있다. 독서의 계절답게 책에 대한 사진들이다. 설명이 있는 사진 전시회. 사진도 좋았지만 글도 맛깔 나게 써놓아 보는 재미가 더 있다.

나무그늘에 앉아 책을 읽는 소녀의 예쁜 모습,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는 흐뭇한 장면, 석양을 배경으로 남녀가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역광으로 찍은 사진도 좋았다. 책이 천정까지 쌓여 있는 좁은 복도에 대학생인 듯 보이는 청년이 책 속에 묻혀 있다. 손엔 책이 들려 있고 시선은 또 다른 책을 고르고 있는 사진 앞에서 발이 멈췄다.

사진 아래 “살다 보면 내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지 확신이 안설 때 가 종종 있다. 책에는 나침판이 있다기에 서점에 가 보았다. 웬걸, 나침판이 너무 많아 결국 길을 잃었다.”라고 쓰여 있다.

그래 살다 보면 이런 때가 있지. 잘 가고 있는지 너무 멀리 온 건 아닌지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선생님이 책에 길이 있다 하셨는데 길은 보이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사는 일은 정답이 없다. 책이 나침판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책을 읽으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부지게 꿈을 꾼다. 중학생이 되면 정의에 불타 절대로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 현실을 직시한다. 신이 다할 수 없어 이 세상에 어머니를 보내셨다는 말처럼 선생님이 다 가르칠 수 없어 책을 만들었나 보다 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문우님이 웃는다.

오후엔 미동산 수목원에서 청주문인협회행사로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의 향연 행사가 있었다. 시낭송, 성악, 색소폰, 트럼펫, 국악 등 다양한 공연을 했다. 필자도 시낭송을 했다. 무슨 행사든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기관장, 정치인이 참석한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축사를 하고 본인 순서만 지나가면 그들은 하나같이 자리를 뜬다. 물론 바쁜 건 이해하지만 지금까지 수많은 행사를 치렀지만 끝까지 남아서 시민과 함께하는 인사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행정부지사께서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그분이라고 바쁘지 않아서 함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화의 향기를 시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직자라면 믿고 따라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행사를 하는 우리도 더 즐겁고 힘이 났다. 짧은 가을 해가 설핏해지니 쌀쌀해졌다. 문인협회회원들은 따뜻한 차를 끓여 오신 분들을 대접했다. 따스한 온기가 행사장을 덥혔다. 300여명의 시민과 협회회원들은 끝까지 함께한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짧은 가을볕이 아쉽다.

바쁜 일상 속에 살지만 하루쯤은 여러 문화와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사진과 시와 음악이 있던 하루 가슴을 꽉 채운 이 느낌, 가슴으로 훈훈한 온기가 퍼진다. 책에만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책 속에 묻혀 있던 사진 속 청년에게 문학의 밤 행사에서 베이스로 들었던 모래시계ost백학(Gamz atov)을 이 가을에 한번 들려주고 싶다. 몇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입속에서 맴도는 백학의 음률 음 음 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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