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 임성재<시민기자·칼럼니스트>
  • 승인 2016.10.20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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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1인당 국민소득 세계 28위. 독일, 캐나다, 호주, 미국에 이은 국가신용등급 세계 5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대학진학률 1위. 스마트 폰 보급률 세계 1위.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같은 공신력 있는 기구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그런데 UN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세계 행복 보고서 2016'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58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 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꼴찌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이렇게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라별로, 단체별로 나름의 많은 행복지수 발표가 있어왔지만 행복의 척도가 국민소득이나 경제규모와 비례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어 왔다.

이런 조사들의 결과를 보면 행복이 물질적 풍요나 부의 크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뢰, 가족과 친구, 조화, 배려, 자유와 여유 같은 소소한 가치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UN의 `세계 행복 보고서 2016'에서 1위를 차지한 덴마크의 경우도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78%, 정부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84%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사람을 신뢰한다는 비율은 26.6%로 OECD 평균(36%)보다 10%포인트나 낮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28%로 스위스(77%)나 룩셈부르크(68%), 노르웨이(65%) 등 북유럽 국가들보다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낮다. `어려울 때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응답은 72%로 OECD 평균(85%)보다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지표를 놓고 볼 때 대한민국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엊그제 충북참여연대는 `2016 충북도민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충북도민의 행복지수는 59.4점으로 지난해보다 0.3점 떨어진 정체현상을 보였다. 이번 조사 결과의 특징은 노인세대의 행복지수가 지난해에 비해 5.2점이나 크게 떨어졌고, 청년세대의 행복지수도 3.5점 감소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일을 마치고 은퇴한 노인이거나 젊은 나이일수록 행복지수가 올라가는 현상을 역행하는 것으로 노인자살률 1위로 나타나는 노인빈곤층의 문제와 취업난으로 미래가 불안한 청년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결과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소득의 양극화가 행복의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월 가구 소득이 200만 원이하인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55.0점인 반면 월 소득 700만 원 이상인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67.9점으로 약 13점의 차이를 보였다. 선진국에 비해 소득격차에 따른 행복지수 격차가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소득 상위 10%가 전체소득의 45%를 차지하는 아시아 최고의 불평등 현상을 나타내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시보다는 군 지역의 행복지수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도내에서 행복지수 상위권을 차지한 증평군, 진천군, 음성군의 경우를 분석해 보면 소득만족율 보다는 자연환경과 생활안전, 복지서비스 만족율 같은 생활환경과 이웃 간 신뢰율과 자치단체 신뢰율, 지역사회 공정성율 같은 신뢰와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타 시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왔다.

결국 `2016 충북도민 행복지수' 조사발표가 시사하는 것은 도민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소득증대도 필요하지만 이웃 간에 신뢰를 쌓고, 지역사회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소득의 불평등 해소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제 그런 사회로 나아가려는 자치단체들의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형식이 아닌 내용의 접근과 친밀한 유대를 맺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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