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꽃을 찾는가?
왜 꽃을 찾는가?
  • 우래제<청주 원봉중>
  • 승인 2016.10.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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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오래전부터 계획된 산행이다. 모처럼 비행기 타는데 비가 온다니 걱정이다. 하지만 일기예보가 틀리는 행운(?)을 기대하며 출발했다. 비행기에 올라 생각해 본다. 내가 왜, 꽃을 찾는가? 야생화 전문가나 학위를 위해? 경제적인 이득을 위해? 이도 저도 아니다. 그저 꽃이 거기에 있어 가는 것이다.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좋고, 처음 대하는 꽃이 반갑고, 새로운 자연의 비밀을 하나 더 찾아낸 기쁨이 있어 좋다.

충북학생해양수련원에서 비바람 속의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았다.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았지만 우비 입고 다닐 정도 되는 날씨다. 향토 식물 전문가의 안내로 현지 사람 몇 분과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안돌, 밭돌을 찾았다. 우리나라 특산종인 바늘 엉겅퀴가 우릴 맞이한다. 이것저것 찍다 보니 카메라가 작동불능. 빗물이 스며들었나 보다. 눈으로 보고만 와야 할 상황에 안내하는 한 선생님이 같은 기종의 카메라 여분이 있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장소를 옮겨 다니며 참나무겨우살이, 금억새, 덩굴모밀, 하수오, 개사탕수수를 보니 하루가 간다.

마지막 날. 새벽같이 일어나 찾은 곳에서 개쓴풀과 한라부추, 애기물매화(사진)를 만났다. 물매화보다 수술의 숫자가 적어 애기물매화라고 하는데 한라산에서만 볼 수 있는 종이다. 기대를 하고 올라간 영실코스. 앙증맞은 좀딱취가 길가에 자리 잡고 있다. 까만 열매를 매달은 좀갈매나무, 노린재나무의 청남색 열매, 화살나무와 섬매발톱나무의 빨간 열매, 참빗살나무의 연분홍 열매가 꽃보다 더 진한 유혹을 한다. 이름하고 똑 닮은 다람쥐꼬리와 뱀톱이 작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길가의 섬쑥, 가는 잎 범꼬리, 다릅나무 닮은 솔비나무, 시로미, 한라구절초, 백리향, 눈개쑥부쟁이, 탐라산수국, 한라돌쩌귀, 고란초, 구름 패랭이, 호자덩굴 등 다양한 것들을 보았다. 보통의 수국은 벌·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있는 가화(가꽃)에 암 수술이 없다. 그러나 탐라산수국에는 가화에도 암 수술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려오는 길에 덩굴용담과, 우리나라의 블루베리라고 할 수 있는 정금나무와 용가시나무를 만났다. 쌍무지개를 뒤로하고 제주시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넓은 메밀밭, 카메라 고장과 비로 한 개체만 보는 것으로 만족했던 갈대밭 기생식물인 야고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정말 행운이었다. 현지의 재야 식물학자 덕에 참으로 많은 종을 만났다. 첫날 만난 참골무, 낚시돌꽃, 거지덩굴 등 그리고 제주시를 내려다보는 명당자리에서 본 염주괴불 등 모두 수십 종은 본 듯하다. 며칠 간의 탐사로 많은 종을 만날 수 있는 제주. 참으로 복 받은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카메라와 언제나 서툰 솜씨 덕에 좋은 사진 찍지 못했지만 그래도 기억에 남는 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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