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집념 완전범죄 막았다
경찰관의 집념 완전범죄 막았다
  • 조준영 기자
  • 승인 2016.10.1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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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동거녀 살해 …' 소문 듣고 주말·휴무 이용 수사

1년여만에 윤곽 … 강력3팀 인계 한달만에 용의자도 검거
수년 간 묻혀있던 살인사건 해결에 결정적 도움을 준 `소문'이다. 자칫 헛소문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는 말을 청주 상당경찰서 소속 변재관 경위(46)는 놓치지 않았다.

끈질긴 집념으로 소문이 `사실'임을 입증해냈다. 사연의 시작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변 경위는 우연히 `한 남성이 동거녀가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해 살인을 저지르고 암매장 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냥 흘려들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였다. 수년간 수사업무를 하며 자연스레 몸에 밴 본능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변 경위는 주말이나 휴무일을 이용해 사실 확인작업을 벌였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소홀하지 않기 위해 택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수사는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오래 전 일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도 없었던 까닭이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경찰 제복을 입은 이상 자신에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자'는 신념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고 바뀌어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간 한 조각 한 조각 모인 정보가 실마리가 된 것이다.

결국 변 경위는 지난 달 첩보내용이 사실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주저하지 않았다. 피해자 신원 등 여러 정보를 수사과에 넘겼다. 이후 강력3팀이 사건을 맡게 됐고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강력3팀의 수사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흩어진 퍼즐조각을 맞춰 나갔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고향집을 찾아 연락이 끊긴시기까지 파악했다. 결국 이들은 `연결고리'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용의자 신상까지 파악됐다.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이들은 10일 피해 여성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음성군 대소면의 한 밭으로 향했다. 곧바로 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예상은 적중했다. 굴삭기로 땅을 파자 1m50㎝ 땅 아래에서 3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 4년 간 땅속에 묻혀있던 살인사건의 전말이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이다.

변 경위는 “첩보를 입수하고 틈틈이 시간을 내 사실 확인을 했다”며 “어려움도 많았지만 영원히 묻힐 뻔 했던 사건이 밝혀져 보람된다”고 말했다.

전성민 강력3팀장은 “사건을 맡은 뒤 은밀하게 조사를 해야 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면서도 “모두의 노력으로 수사에 착수한 뒤 비교적 이른 시간에 사건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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