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을 알리는 플래카드
선행을 알리는 플래카드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6.10.1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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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유난히 무덥고 길어 신산했던 여름도 서늘한 빗줄기에 꼬리를 내렸다. 지독한 더위로 에어컨이 많은 수고를 했고, 전기 요금의 폭탄으로 커다란 부담을 떠안아 생활의 불안정을 초래하였다. 또한 여름의 끝자락에 찾아온 지진과 태풍의 피해를 본 일부 지역에선 아직도 복구를 다하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러나 풍성한 가을은 여름의 힘들었던 기억을 잊은 듯 온 산을 곱게 물들이고 우리들의 마음도 곱게 물든다.

가을이면 지역마다 포스터와 플래카드placard가 넘쳐난다. 플래카드는 요즘 같은 알리기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옛날엔 흰색 천에 페인트로 글을 써서 플래카드를 힘들게 제작했다. 그러나 요즘은 컴퓨터의 기술로 다양한 빛깔의 글씨와 디자인으로 손쉽게 제작된 플래카드들이 등장하여 광고 효과의 극대화를 이룬다.

플래카드의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아파트 분양 학원 유치 등 상업적인 광고, 동창회 친목회 세미나 취임식 등의 홍보성 광고, 사주나 정부의 경영을 고발하는 고발성 광고, 시험 합격과 승진을 알리는 축하 광고, 특히 선거철이면 쏟아져 나오는 선거홍보 등 다양한 목적의 플래카드가 거리를 장식한다.

이토록 많은 플래카드나 현수막을 자세히 읽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보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저 스쳐가는 광고지만 그 효과는 상당하다고 한다. 그러기에 허가된 광고판이 아닌 곳에도 불법으로 플래카드가 걸리고 있다. 도로변의 가로등주, 신호등 주 등에도 무분별한 벽보나 전단 등이 부착돼 도시 미관을 훼손하고 있어 이를 제거하기 위한 예산도 많이 투입된단다. 제거 전담반이 수시로 떼어내는데도 근절되지 않는 걸 보면 그 홍보 효과가 대단하다는 것을 실감한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흔히 보던 플래카드는 전국 어디에서나 자주 눈에 뜨인다. 요즘 가을을 보기 위해 나들이를 할 때면 각종 내용의 플래카드가 부쩍 많아짐을 느낀다. 지역의 축제를 알리는 내용이 많다.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수고한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끔 굳이 현수막으로 여러 사람에게 알릴 내용이 아닌 것 같은 플래카드도 있다. 여럿에게 축하받고 싶은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순수한 마음에 정이 간다.

학교 교문에도 각종대회의 수상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수상受賞한 어린이를 축하해주며 많은 학생에게 모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 좋은 홍보란 생각을 한다. 수상을 위해 지도하시느라 애쓴 선생님과 학생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배려도 엿보인다.

언제부턴가 이토록 수많은 플래카드를 보면서 선행 사실을 알리는 내용의 플래카드도 도로나 학교 교문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거나 지역을 빛내는 명예의 자리에 등극한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귀감이 되는 선행의 주인을 찾아 이를 널리 알림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광고 효과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각종대회에서 수상한 능력 있는 학생도 자랑스럽지만 선행을 홍보하는 플래카드로 이웃들을 구하고 숨진 `서교동 화재 의인'과 같은 선행을 본받을 수 있는 학생을 기르는 데 중요한 교육이 되리라 생각한다.

각종 사건 사고와 부정으로 얼룩진 현시대에 이웃과 지역사회와 국가에 선행을 한 사람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이를 본보기로 선행의 물결이 출렁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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