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학점 전국체전
F학점 전국체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10.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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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2008년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89회 전국체전은 가장 성공한 대회 중 하나로 평가된다.

개막식에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 `녹색의 땅, 미래를 향한 바다'라는 주제에 걸맞게 개막식 퍼포먼스부터 눈길을 끌었다. 다른 대회와 달리 폭죽을 없앴다. 대신 물 폭탄이 등장했다. 친환경 체전을 표방한 전남도는 화약 냄새를 없애고 예산을 절감하려고 축포와 불꽃놀이 대신 물기둥을 쏘아 올렸다. 덕분에 수억원의 예산을 아꼈다.

개회식장 단상에는 축하 화환 대신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물로 치장된 `과일탑'이 선보였다. 행사장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과일 향은 대회 기간 내내 선수단의 침샘을 자극했다.

대부분 분야에서 칭찬을 받았지만 가장 손님들을 흡족하게 했던 것은 서비스 업종 분야에서의 친절이었다.

주최 측은 숙박업협회와 머리를 맞대고 `내 집 같이 편안한 숙박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바가지 요금 없는 전남 만들기'에 나섰다.

`현재의 이익보다는 이번에 오신 손님을 다음에 또다시 오게 하자'는 주최 측의 설득에 숙박업소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 업소들은 손님들이 선수단 가족이라고 밝히면 되레 할인까지 해줬다.

또 다른 숙박업소들은 선수단이 사용하도록 세탁기까지 사들여 무상으로 쓰도록 했다. 운동복을 직접 빨아준 업소도 있었다.

식당들도 손님 모시기에 정성을 다했다. 여수를 비롯해 체전이 열린 각 시군 곳곳의 식당들이 선수단을 환대했다. 공깃밥 추가 때 돈을 안 받고, 학생 신분의 선수들이 오면 음식상을 더 푸짐하게 차려 대접했다.

대회 후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는 숙박·음식업 종사자들에게 `남도의 훈훈한 인심을 아낌없이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8년 후인 2016년, 충남 아산에서 제97회 전국체전이 열렸다.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열린 대회에서 충남은 금메달 69개, 5만3194점으로 성적으로 종합 2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1년 전부터 1800여명의 선수, 임원들이 땀 흘리며 노력한 결과다.

그런데 `출전 성적은 A학점인데 손님맞이 성적은 F학점을 받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체전 기간에 숙박업소들의 바가지요금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이다.

이번 체전 기간 중 아산 지역 숙박업소들은 대부분 평상시 4만~5만원 받던 숙박요금(2인1실)을 7만~8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려받았다. 폭리를 취한 것이다. 전 업소가 `담합'을 한 탓에 외지에서 온 선수단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충남도는 이번 대회에 대비해 2014년 7월, 18명으로 구성된 전국체전 준비 기획단을 만들었다. 대회 전부터 선수단과 방문객이 `충청도의 포근한 인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바가지요금 근절과 친절 교육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는 빵점.

8년 전 1숙박업소 1담당 직원제를 운영하며 `체전 손님, 나중에 다시 오게 하기' 운동을 벌였던 전남도.

손님 모셔놓고 바가지를 씌운 아산의 숙박업소와 이를 본체만체한 공무원들. 우리 충남도민 전체의 의식 수준으로 비칠까 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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