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 민은숙<괴산 동인초 사서교사>
  • 승인 2016.10.1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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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민은숙

가끔 발견하는 보석 같은 책이 있다. 내 부족한 지식을 채워 주고, 갈증을 가시게 하는 책이 있다.

오늘 소개할 책이 바로 그 책이다. `빛나는 한글을 품은 책, 훈민정음' (조남호 글·김언희 그림·열린 어린이 출판사)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는 볼리비아에 있었다. 볼리비아는 스페인어를 주로 쓰고, 케츄아와 과라니, 아이마라 등. 여러 부족이 쓰는 말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이십여 가지의 언어를 공용어로 인정하고 있다. 도시에서야 스페인어가 널리 쓰이지만, 나이 드신 분이나, 시골에서는 그들 고유의 언어가 쓰일 때도 많았다.

내 스페인어 선생님의 어머니도 스페인어는 말하기만 할 뿐 쓰지는 못한단다. 선생님의 어머니는 아이마라어가 능숙하다고 하셨다. 선생님하고는 아이마라어로만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렇게 수많은 부족, 인종이 섞이다 보니 한 나라에서도 가끔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었다.

따리하 터미널에서 어떤 한 할머니와 만났는데 애처로운 표정으로 뭔가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그런데 말이 통하질 않아 답답해하는 거 같았다. 그러다 한 젊은 여자가 나서서 운전사에게 대화를 통역해 주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과라니라 집에서 과라니를 배워서 안다며 엄마 생각이 난다고 웃는 모습을 보았다.

볼리비아 사람들, 그들은 아직도 고유의 언어를 쓰고 고집스러울 정도로 촐리타라는 고유 옷을 입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전통과 그들의 언어를 지켜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답답하면서도 부럽고 멋지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외국어를 배우다 보니, 한글이 위대함을 새삼 느낄 때가 많다.

내 모국어이기 때문에 콩깍지가 낀 것일 수도 있다. 영어권 사람들이 배우기에는 한글이 난이도가 있는 어려운 언어라고 한다.

하지만 역시 한글에 대해 알면 알수록 과학적이고 쓰기 편하고, 모든 언어를 쉽게 소리 나는 대로 쓸 수 있는 언어가 또 있을까 싶다. 지난 무한도전 중 `배달의 기수'편을 봤을 때 박명수가 많은 사람이 한국어로 말을 걸어주는 것을 보고 놀라는 장면을 봤는데 남미 한가운데에서도 한국어를 익히고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나 드라마를 좀 더 잘 알고 싶어서 한국어를 공부한다며 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는 10월 9일의 지나간 한글날을 추억하면서 이 책을 골랐다. 멀리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수많은 선생님, 그리고 우리들의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한국어가 어떻게 창제되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왜 10월 9일이 한글날인지 그리고 한글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통해 지켜진 말인지가 담담히 기록되어 있다.

우리의 아픈 역사 속에서도 우리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고 지켜졌는지를 말해주는 책이다.

틈이 나면 아이들에게 읽어 주고 설명해 주려고 한다. 저학년과 고학년을 아우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막상 한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어려운 친구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책이다. 조금 늦긴 하지만, 모두 함께 어우를 수 있는 보석 같은 책이니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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