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블랙리스트와 밥 딜런
예술인 블랙리스트와 밥 딜런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 승인 2016.10.1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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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했다는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도종환 국회의원은 지난 10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고 청와대와 문화부가 예술위원회 심사 및 심사위원 선정 개입과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개된 블랙리스트에는 1만명에 가까운 예술인들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보면 정부의 의도가 분명해진다.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자(594명), 문학인 세월호 시국선언자(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문화예술인(4110명), 서울시장 선거 박원순 후보 지지 문화예술인(909명)이 경계를 요하는 블랙리스트들이다. 개인의 소신마저도 편 가르기식 정치검열 속에서 버젓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국정감사장에서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공개됐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부터 항간에는 예술인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확증은 없었지만 많은 예술인이 블랙리스트 존재에 주저없이 동의한 데에는 돌연한 지원 중단과 선정 제외 등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월호 사건 이후 문학 관련 지원사업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매년 추진해왔던 우수문학 지원사업은 명맥만 유지한 채 흐지부지됐고, 뒤늦게 기금 사용을 위해 문화콘텐츠 구입이란 명목으로 우회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아르코 창작기금 지원사업도 문학인들에게는 애초 지원계획보다 인색하게 지원하면서 블랙리스트 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충북 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도 확인됐다. 최소 50~100여명의 충북 출신 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밝혀졌다.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예술계는 대체로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한 술 더 떠 블랙리스트에 없을까 봐 우려했다는 우스갯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국가 위신이 그야말로 바닥이다. 돈으로 예술행위를 차단하고 검열할 수 있다는 발상부터가 시대착오지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문화예술단체에선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행사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다는 소식이다.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란 슬로건으로 18일 열리는 행사는 예술 검열 사태에 항의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로 예술인을 관리해온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예술계가 블랙리스트로 논란이 이는 가운데 지난 13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수 밥 딜런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대중 가수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의외의 결과에 국내 문학인들 사이에선 블랙리스트보다 더 큰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선정 이유가 저항가수이자 음유시인으로`60년대 말, '70년대 초 중반 미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했고 당시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는 평가다. 문학상 수상자로 적합한지 거론에 앞서 예술인에 대한 노벨상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놀랍고 부럽기만 하다.

예술인은 시대정신을 담아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예술이 시대를 반영할 때 작품은 더 빛을 발한다. 통제와 억압으로 예술을 조직화할 수 없는 것도 예술인의 자유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예술에 국가가 없다는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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