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현장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2.27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치장에 비친 햇살 한줌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지난 11월 22일 '한·미FTA 저지를 위한 도민총궐기'건으로 상당경찰서 유치장에서 이틀하고도 10시간을 보내고 나왔다. 유치장 생활이 처음도 아니고, 더군다나 짧지만 징역살이도 해본 나인데, 그래도 유치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고역이다. 하룻밤이 지나고 나니 1주일은 세상에서 격리된 것 같고 좀이 쑤신다. 면회를 오신 분에게 평상시 잘 보지도 않던 신문을 넣어 달라고 하는 모양새를 보니 내가 참 좀이 쑤시는가 보다. 면회를 마치고, 다시 유치장에 들어와서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생긴일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이다. 앞으로 내게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참고 인내해야 한다.'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진다.

신문이 들어왔다. 신문 한 지면에서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하는데, 눈길이 간다. 한국 여성장애인 국회의원 1호로 기록된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쓴 '깊은 긍정'(지식의 숲)이 소개됐다.

그중에서 저자의 허락은 받지 못했지만 인용을 해본다. "1958년 경북 영주군 평은면 산골마을에서 셋째 딸로 태어났다. 두 돌이 채 안돼 소아마비를 앓아 하반신과 오른쪽 상반신이 망가졌다. 5살 무렵 부모가 짚어주는 교회 성경책을 따라서 보다가 홀로 글자를 깨쳤다. 22살이 될 때까지 바깥 나들이 해본적 없이 줄창 책을 읽고 문지방을 베고 누워 하늘만 쳐다보며 살았다" 스물두살이 될 때까지 바깥나들이를 해본적 없다는 대목에서 내자신이 너무나 부끄럽다. 아니 생각이 미쳐 따라가지 못한, 아니 눈길조차 제대로 향하지 않았던 또하나의 세상이 보인다. '이동권'이 없는, 그래서 골방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또 다른 '징역살이'에 다름아니였던 것인데, 내가 유치장에서 이틀동안 갇혀 있으면서 겨우 그걸 알 수 있었다.

사실, 나이 서른 혹은 마흔에 첫 바깥 나들이를 한 장애인의 얘기를 처음 들은건 아니다. 청주에서 장애차별철폐 운동을 하는 후배를 통해 만나본 몇몇 분들이 대화 도중에 그런 말을 한적이 있다. 그때는 그 이야기를 잠깐 스쳐 지나갔던 것이다. 불편해야지만 또 다른이의 불편함을 볼수 있는 나의 아둔함이 별반 새삼스럽진 않다. 노동운동이 많이 어려워져있다. 이렇게 된데에는 사실은 절반의 책임은 노동운동내부일 것이다. 어떻게 이 절반의 책임을 극복해야 할까.

그 첫걸음은 나의 노동뿐만이 아니라, 또다른이의 노동의 시간과 공간에 배어 있는 노동의 소외, 정규직 노동자의 입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외를 품을 수 있는 실천이 아닐까! 노동의 기본권이 하루 빨리 보편적 사회적 기본권으로 확립되고, 그 속에서 전체노동자가 하나되어 같이 실천할수 있도록 모두가 분발해야 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