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반포조(反哺鳥)
효자 반포조(反哺鳥)
  • 반영호<시인>
  • 승인 2016.10.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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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앞에서
▲ 반영호

잉꼬 암컷은 알을 품는 동안 둥지에서 나오지 않는다. 모이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는다. 먹지 않고 살 수 없는데 어떻게 버티는 것인지 궁금했다. 반대로 수컷은 연실 모이를 먹어댄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암컷은 먹지도 않고 밤낮없이 알을 품고 있는데 둥지에 한번 들어가 보지도 않으면서 염치없이 저만 배불리 처먹고 있단 말인가? 참새목과 새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물론 암컷이 수컷보다는 더 애정을 갖고 품지만 참새목과는 암컷과 수컷이 교대로 알을 품는다. 뻔뻔한 수컷을 나무라다가 놀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파렴치한 수컷의 행동을 이해했다. 그리고 암컷이 굶고도 배겨내는 비법을 알아냈다.

사이좋은 부부를 잉꼬에 비유한다. 잉꼬부부는 틈만 나면 입맞춤이다. 저렇게 뽀뽀를 해대니 금실 좋다고 하는 것이지 싶었는데, 이는 잉꼬의 사랑모습의 일면일 뿐이다. 겉모습만 본 것이다. 놀라운 것은 잉꼬가 단순히 입맞춤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컷이 암컷에게 먹이를 뱉어 먹여준다는 것이다. 때가 되어 발정이 나고 구애를 하며 짝짓기를 하는 동안만 행하는 동작이 아니고, 암컷이 알을 품는 기간 내내 모이를 물어다 준다. 그러니까 암컷이 먹이활동을 안 해도 굶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대체 웬 식욕이 왕성해 식충이처럼 연실 먹어만 대는가? 하는 의문이 풀린다. 이 때문에 금실이 좋다는 말도 생겨났을 것이다.

수컷으로부터 모이를 받아먹은 암컷은 또 새끼에게 먹이를 토해 먹인다. 볼수록 신통방통한 일이 아닌가. 우리네 삶이 그렇다. 남편이 열심히 일해 아내에게 전달하면 그 돈으로 자식을 키우며 가정을 꾸려 간다. 직접 입에서 입으로 전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의미다. 잉꼬의 이런 모습을 보며, 역으로 아래에서 위로 공경하는 효자 새 까마귀를 생각한다.

까마귀는 흉조로 알려져 있다. 음습한 날씨에나 걸맞게 까악까악 울어대는 까마귀를 보면 무언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 같다. 그런데 까마귀를 반포조 또는 효조라고도 한다. 반포조. 되돌릴 반(反), 먹을 포(哺), 새 조(鳥)로 까마귀 새끼가 자란 뒤에 어미에게 먹을 것을 물어다 준다는 뜻으로, 자식이 커서 늙은 부모를 봉양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까마귀는 새끼를 많이 난다. 그래서 그 많은 새끼들 먹여 살리느라 어미는 모든 힘을 소모하고 드디어 영양 부족으로 눈이 멀어지면 새끼들이 그 어미를 먹여 살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까마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뜻이리라.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소냐/ 겉 희고 속 검을 손 너뿐인가 하노라. 이직의 시다. 그런가 하면 까마귀에 대한 속담도 있다.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두고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 하고, 어떤 일이 공교롭게도 때가 일치하여 무슨 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받게 되는 경우에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한다. 음력 칠월칠석날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도록 까마귀와 까치가 오작교를 놓아주었다는 전설도 있다. 이렇게 까마귀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도 몸의 빛깔이 검고 울음소리가 좋지 않다고 해서 흉조로 치부해버린다. 이러한 것은 고정관념이나 편견 때문이다.

다시 잉꼬 이야기를 이어가자. 둥지 안에서 어미의 지극정성 보살핌으로 예쁘고 건강하게 자란 잉꼬 새끼는 깃털이 제법 자랐다. 부화통 속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들리곤 했는데, 며칠 전부터 작은 머리를 밖으로 내보이기 시작했다.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동자로 넓은 세상이 신기한 듯 갸웃거리는 고갯짓이 앙증스럽다. 어미의 극진한 사랑으로 자란 새끼, 아름다운 부부애와 자식사랑, 그리고 부모를 공경하는 효, 사랑이 깃든 화목한 가정의 진정함을 새들에게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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